깊어가는 늦가을, 불교향기 그윽한 운제산(雲梯山)으로 떠나는 만추산행.
큰 스님 원효와 자장대사의 발자취, 불교왕국 신라의 천년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유서깊은 곳. 평일에도 늦가을 정취를 즐기려 각지에서 몰려든 등산객들의 발길이 어어지고 있다. 특히 운제산은 포항시가 내년 1월1월 새즈믄 해맞이 장소로 지정한 영일만 호미곶이 발아래 내려다 보이며, 정상인 대왕바위는 일출맞이 산행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붉게 억어가는 가을 숲으로 낭랑하게 울려퍼지는 스님의 독경소리와 함께 천년신라의 역사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기 좋은 기회다.
〈운제산 산행 안내도 참조〉
운제산은 신라 4성인인 자장율사와 의상대사 그리고 원효, 혜공대사가 수도를 한 곳으로 유명하다. 산과 계곡이 험준해 스님께서 늘 구름을 사다리 삼아 서로 왕래하였다고 해 운제산(구름 사다리 산)이라 불렀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곳. 그 옛날 선덕여왕이 원효대사와 함께 운제산 정상 대왕바위에 올라 삼국통일를 빌었던 곳.
포항시 대송면 산여리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운제산은 482m에 불과한 높잖은 야산으로 정겨움마저 준다. 지금은 물감 폭탄세례를 맞은 듯 만산홍엽. 정상 등산길은 가파르지 않은데다 포근한 흙길이어서 전혀 힘들지 않다.
운제산 산행길은 여러갈래다. 일반적으로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코스는 오어사에서 내려 시작하는 길과 반대편인 영일만 온천쪽 대각리서 오르는 길. 어느 코스든지 왕복 2~3시간이면 충분할 정도.
오어사 주차장(무료)에서 차를 내리면 포항시민들의 식수원인 오어지에 놓인 다리를 건너 600m 산속으로 들어가는 원효암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원효암은 감나무와 모과나무, 단풍나무로 둘려싸여 가을햇살에 포근하다. 암자앞에는 오가는 등산객들의 기원이 깃들인 돌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원효암을 돌아보고 나오다 오어지 모퉁이를 돌아 고개를 들면 깎아지른 절벽위 자장암이 현기증을 일으킨다. 기(氣)가 세어 눈이 잘 쌓이지 않고 올들어서는 오어지 거북이 올라오고 법당에 모신 석가여래 진신사리가 까닭없이 늘어났다고 해서 전국의 인파가 몰렸다는 자장암. 오어사 주차장서 200m밖에 되지 않은 거리지만 가파른 길이어서 20~30분은 족히 걸린다. 자장암에서 시원한 생수로 목을 축일 수 있다.
자장암을 떠나 영일만 온천가는 길로 내려가면 길 왼편으로 산여농장으로 통하는 콘크리트포장길과 산여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초소옆으로 난 길이 바로 운제산 대왕바위 정상길로 오르는 등산길. 1시간정도 걸린다.
정상인 천자봉 대왕암에 오르면 일망무제다. 높이8m, 길이60m의 대왕바위서 내려다보면 자장암과 오어지는 물론 호미곶과 포항제철, 영일만과 동해바다위 고깃배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아래 산여리 마을이 평화롭기만 하다. 천자봉 아래 용틀임하듯 펼쳐진 계곡과 원효·자장암을 품은 봉우리가 천년신라의 비밀을 품은 듯 말없이 버티고 있다. 그 옛날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게 한다. 절로 사색에 잠긴다. 한편 하산하는 길에 시간적 여유가 되면 대각리 쪽으로 내려와 수질이 좋다는 영일만 온천(어른 3천00백원)에 들러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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