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두 유명작가 소설 나란히 출간

일본 문학계에서 신세대 저항정신과 언더그라운드 문학을 상징하거나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손꼽히는 두 작가의 소설이 나란히 번역돼 나왔다.

무라카미 류(村上龍)의 '이비사' '초전도 나이트클럽' 등 2편의 장편이 샘터사에서 나왔고, 아사다 지로(淺田次郞)의 소설집 '철도원'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두 작가 모두 40대 후반의 나이. 무라카미가 24세때인 76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군조'신인상과 '아쿠타가와'상을 동시에 수상, 일본문단에 충격을 던지며 일찌기 스타덤에 올랐다면, 아사다의 경우 91년 야쿠자 체험을 담은 피카레스크 소설(악한을 소재로 한 엽기적·퇴폐적인 소설) '당하고만 있을쏘냐' '찬란한 황금빛'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95년 '요시가와 에이지'문학상, 97년 '나오키'상을 차례로 거머쥐며 각광을 받고 있는 작가다.

'이비사'는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던져 넣은 한 여성의 이야기.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마치코는 은행 현금인출기 앞에서 만난 삼십대 남자와 모로코로 여행을 떠난다. 이제까지 그녀에게 유일한 의지적 행위는 크롬도금 냄비 안에서 물이 끓어올라 증발할 때까지 지켜보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국 땅에서 패륜적이고 음란한 생활에 빠진 그녀는 섹스와 마약에 탐닉, 새로운 인생을 찾아간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며,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자기와 맞서는 여행, 그것을 실천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보인다.

'초전도 나이트클럽'은 하이테크사회 자기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단골로 드나드는 나이트클럽을 배경으로한 소설. 상식과 모럴을 뛰어 넘은 인간군상들이 매일밤 벌이는 향연을 통해 작가는 현대인이 저마다 안고 있는 고민을 들려주고, 이 시대 존재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다.

한편 아사다 지로의 첫 소설집 '철도원'은 무려 140만부나 팔려나간 밀리언 셀러. 일본 독자들을 슬픔과 감동에 젖게한 8편의 단편 중 '철도원' '러브 레터'는 영화화 됐고, '츠노하즈에서' '백중맞이'는 TV드라마로 방영됐다.

다양한 과거와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등장하는 그의 소설은 90년대 일본문학계를 풍미한 신세대풍 소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맑고 깨끗한 슬픔과 맞닥뜨리게 하는 절제된 묘사와 따뜻함, 가슴뭉클한 감동. 작가는 보통사람들이 겪게 마련인 흔한 시련과 좌절, 그 속에서 키워내는 사랑과 희망의 불씨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홋카이도의 눈쌓인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평생을 철로변에 바쳐온 늙은 역장의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 '철도원'이 그렇고, 야쿠자밑에서 밥벌이를 하는 건달이 돈벌이를 위해 위장결혼해 준 중국인 여자의 유품에서 서툰 일본어로 쓴 감사와 사랑의 편지를 발견하는 '러브 레터'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모든 작품에서 독자들은 인간 마음속에 곱게 숨어 있는 순수하고 고귀한 그 무엇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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