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무디스의 뼈아픈 충고

미국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한국금융기관 분석보고서"는 당초 실무진들의 한국방문을 통해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함으로써 우리경제에 고무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등 미리부터 들뜬 분위기를 느끼게까지 했으나 막상 밝혀진 내용은 예상과 동떨어지게 냉정한 평가와 충고로 뼈아픈 반성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우리에게는 무척 충격적이다. 물론 이같은 내용이 무디스에의해 처음 지적된 것도 아니고 미국의 일개 신용평가기관의 분석이란 점에서 그렇게 상심할 일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정부당국자들이 본격적 회복세를 보이고있는 우리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같아 무디스의 충고가 예사롭지않게 들리는 것이다. 특히 환란 직전 우리의 경제관료들이 현실성 없는 낙관론에 빠져 대비를 하지못했고 환란에 빠진 직후부터 외국의 한낱 신용평가기관에 국가의 운명을 맡긴듯하던 시절이 새삼 떠오르기 때문이다.

비록 무디스의 입장에선 그렇게 대단하지않은 것으로 보일지몰라도 지난 2년간 무려 64조원이나 되는 엄청난 공적 자금을 쏟아부은 우리 은행들의 평균재무건전도가 평가받은 46개국 가운데 꼴찌수준인 43위란 것은 기가막힌다. 우리와 같이 환란을 당했으면서도 IMF지원을 거부했던 말레이시아보다 더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경제위기극복 과정에서 정부 기업 금융등 경제주체들이 제몫을 충실히 해내지못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디스는 이와관련"한국정부의 개혁의지는 재계와 정치권에서 도전받고 있고 개혁속도 역시 완화되는 듯하다"고 평가했지만 우리도 이같은 문제를 이전부터 누누이 강조한바 있어 이에대한 인식이 다르지않다. 뿐만아니라"한국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의지가 있는지 모르나 개혁집행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 것은 우리정부에대한 날카로운 지적인 것이다. 재벌빅딜의 문제라든지,제일은행과 서울은행처리문제,대우사태해결,공기업구조조정문제 등에서 보인 정부의 대응태도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재벌의 경우 주가조작과 비은행권 장악을 통한 여신집중 등의 문제는 개혁의지를 의심할 수 밖에 없고 특히 투신사부실은 제2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과 함께 환란의 교훈을 벌써 망각한 느낌을 준다.

미국의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도 "개혁의 피로감과 자족감이 나타나 회복세 경제를 또다시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은 미국의 조야가 한국경제에 같은 인식을 갖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같은 지적이 아니더라도 민생문제를 팽개친 정치권의 행태는 심각한 우려를 준다. 정부여당의 분발과 각성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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