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심판받을 '문일현소신'

못생긴 며느리가 제삿날에 병난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미워 죽을 판인데 더 미운짓만 골라가며 하니 주변사람들의 눈이 흰창이 드러나도록 돌아가는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중앙일보의 문일현(文日鉉)기자가 8일, 북경에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꼭 갖고오라는 노트북 컴퓨터가 들려 있어야 할 손에는 '말보로' 담배 2갑만 쥐어진 채. 이유인즉 '회사의 물건' 때문이란다. 회사의 공물로 언론을 잡아먹으라는 내용의 문건과 사신(私信)은 써도 되는지, 필요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그의 공개념에 의아할 뿐이다. 지난달 27일, 그의 별로 아름답지 못한 이름 석자가 천하에 알려지면서부터 온 나라가 2주일동안 휘둘린 것만도 황당한 일인데 이제 그 잘난 문건의 작성동기와 경위를 밝혀낼 사신이 들어있는 컴퓨터는 또 팽개치고 왔으니 국민들은 아무래도 지금 양파껍질을 세월도 없이 벗기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는 엄격히 얘기하면 피고소인 신분일 수 있다. 고소인 이강래(李康來) 전수석은 문건을 작성한 사람과 정형근(鄭亨根)의원을 고소했다. 다만 고소장 제출당시엔 문건작성자를 몰라 '성명불상자'로 했을 뿐이다. 검찰의 수사방향 여하에 따라서는 비록 지금의 '참고인'신분이 언제 '피고소인'으로 바꿔놓을지 모르는 판에 신신당부 받은 컴퓨터를 고의로 두고 오는 약삭빠른 자세의 배경은 무엇일까. 아무튼 수사가 빨리 매듭이 돼 600여건에 달하는 국회계류 민생관련법안들과 예산심의.통과 과정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은 또 한차례 기약없는 세월을 기다리게 됐다. 제3.제4의 인물, 야당의 폭로예고직후 있었던 당대 실세들과의 소나기 통화시도, 이종찬(李鍾贊)씨와의 대질신문 등 그의 진술범위는 너무나 크다. 통회(痛悔)하는 자세만이 문제해결의 첩경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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