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들-대구동구합창단

"노래를 부르면 직장일이나 집안일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말끔히 해소되고 다른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해 줄 수 있어 기쁩니다"

45명의 기혼여성들로 구성된 대구동구합창단(단장 이성순·42). 동구합창단은 지난 92년 창단됐으나 올해가 최고의 해다. 지난달 5일 열린 전국대통령상 합창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했기 때문. 전국 무대에 3번이나 걸쳐 도전한 끝에 얻은 쾌거다.

처음에는 군부대나 사회복지시설 등에 위문공연을 목적으로 출범했지만 지금은 동구지역 주민들의 문화수준 향상을 위한 첨병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합창단원들은 대부분 30대에서 50대의 가정주부나 직장여성. 자신의 이름보다 '아줌마'란 명칭이 더 귀에 익은 연령층이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노래로 무미건조한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회인이란 보람으로 살고 있다.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행사나 바자회, 구청행사 등이 열리면 어디든 찾아가 향기로운 노래를 전한다. 1년에 몇 차례씩 복지시설에 위문공연을 하러 갈때면 반찬값을 아껴 모은 돈으로 성품을 전하기도 한다.

합창단원들은 정기 연습일인 매주 월요일, 목요일과 토요일 오후 보충연습시간이면 구청 대회의실에 모여 목청을 가다듬는다. 대회를 앞두면 맹훈련에 돌입한다. 지난 10월 전국대회를 앞두고 단원들은 한달여 동안 저녁시간마다 모여 삶은 고구마로 배를 채웠으며 목을 보호하기 위해 도라지까지 다려 마시며 피나는 노력을 쏟았다. 한 단원이 어린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 데려오는 바람에 자녀를 번갈아 돌보며 노래연습을 하기도 했다.

모이면 노래연습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선후배들이 모인 만큼 부부간 문제나 자녀교육에 대해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공식 연습때는 가곡이나 환경노래 등을 부르지만 회식을 끝내고 노래방에 가면 '친구여' '만남' 등 대중가요를 부르며 흥을 내기도 한다고.

창단멤버 중 현재까지 활동하는 회원은 유일한 남성인 지휘자 조헌호(45)씨를 비롯해 이성자(42), 김춘자(53), 임경희(39)씨 등 10여명. 40여명이나 되는 단원들이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을 하는데는 이들 원로(?)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성순 단장은 "대부분 단원들이 학창시절 합창단 등에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이웃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해보자는 뜻에서 다시 노래를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金敎榮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