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뇨기과 '금녀의 벽' 무너지다

스스럼없이 남자환자 진료 "여자 아닌 의사로 봐달라"

"국내 의사들이 공식적으로 비뇨기과 진료를 시작한지 반세기가 넘었는데도 여성 전문의가 하나도 없다는 답답한 현실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48년 국내 의사들이 진료를 시작한 이래 의료분야중 유일하게 남성전문의들만이 '득세'하던 비뇨기과에서 최초의 여성전문의가 탄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대 목동병원 윤하나(29)씨.

지난 94년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한 뒤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윤씨는 지난 3월 꿈에 그리던 비뇨기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윤씨가 여성 의학도들이 모두 피해가던 일종의 '성역'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재학시절 지도교수로부터 "여성전문의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출산후 생식 및 배뇨질환 등을 겪는 여성질환자들이 비뇨기과를 찾기 보다는 같은 여성 의사를 만나기 쉬운 산부인과를 찾고 있다"는 지적을 듣고부터.

윤씨는 "비뇨기과를 찾는 환자의 70%정도가 성병이나 요도질환을 앓고 있는 남성들인 관계로 여성이 뛰어들기에는 험한 분야라고 인식되온 게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여성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여성 환자들이 전문적인 치료를 포기하는 현실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레지던트 1년차 시절 비슷한 또래의 남자환자가 진료부위를 드러내기를 거부하길래 '나를 여자가 아닌 의사로 봐달라'며 계속 설득한 끝에 24시간만에 진료부위를 볼 수 있었다"며 일화를 소개하고 그동안 생소한 분야에서 겪은 어려움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윤씨는 끝으로 "9년전 작고하신 아버지처럼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다"며 "비뇨기학의 권위자로서 대학강단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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