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부림과 부림 당함

하인이 없는 시대에 자동차는 주인의 명령에 충실히 복종하는 부릴만한 하인이다.

거기다 편리함과 안락함까지 제공해 주는 꽤나 괜찮은 물건이다. 그러나 수그러들 줄 모르는 교통사고를 보면 사람이 자동차를 부리는지 자동차가 사람을 부리는지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자동차는 속도를 속성으로 가지고 있고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람에게 부딪혀도 자신에게는 별 손상이 없다.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는 작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을 입어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소유자의 재산상에 약간의 손실을 가할 뿐이다. 그럴 경우에도 주인은 다른 차로 교환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가 못하다. 사람들은 사고로 말미암아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엄청난 본인의 고통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도 크나 큰 고통과 슬픔을 준다. 재산상의 손실은 물론이려니와, 생명을 잃었을 경우에는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사고는 오늘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는 장소나 상황을 가리지 않고 빨리 가려고만 한다. 자동차를 부린다는 것은 이러한 자동차의 속성을 사람이 잘 조절해서 가야할 곳으로 가도록 해주는 것이다. 사고는 사람이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고 자동차에게 부림당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비단 자동차 뿐만이 아니라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부려야 할 것을 제대로 부리지 못하고 오히려 부림당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부림과 부림당함의 관계를 제대로 확립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김성범.정동서장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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