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대책 문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막바지 국면으로 치닫고 있지만 궁금증이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문제의 문건을 작성한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와 그의 노트북 컴퓨터를 조사해 보면 이번 사건의 실마리가 잡힐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있는 것이다.
거의 유일한 물증인 노트북 파일이 복원되지 않는 가운데 문기자가 핵심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10일에도 컴퓨터 범죄 전문 수사관들과 외부 전문가들을 동원, 중국에서 전날 오후 공수된 문씨의 노트북에 대한 파일 복구작업에 매달렸지만 사실상 복구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씨가 검찰출두 전부터 "파일을 없애 버렸다"고 밝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는 하지만 노트북의 하드디스크에 남은 파일 복구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검찰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정상명(鄭相明)서울지검 2차장은 이날 아침까지 일체의 확인취재를 거부한 채 "중계방송하지 말라"는 답변으로 일관했고 수사 주임부장인 권재진(權在珍) 형사3부장도 "현재 복구중이라 밝힐 수 없다"는말만 되풀이했다.
문씨를 상대로 이틀째 강도높은 밤샘 조사가 이뤄진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에서는 고성이 끊이지 않는 등 험악한 분위기마저 연출됐다.
"이 XXX, 꼭 이런식으로 해야 돼"라며 문씨를 다그치는 수사관의 고성에 문씨의 침묵이 이어져 검찰의 조급함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문씨가 파일훼손 경위, 문건작성의 구체적인 경위 등에 대해 아예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종전 진술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전후해 문씨와 여권실세 및 청와대 관계자들과 이뤄졌던 통화내역을 정밀 분석하는 등 정황증거 확보에 주력하면서 진술의 모순점을 집중 추궁하고 있으나 물증없이 당사자들의 진술로만 사건의 윤곽을 파악해야 하는 어려움을겪고 있다.
검찰은 문씨의 주장대로 개인적인 동기로 문건을 작성해 참고용으로 이종찬(李鍾贊) 국민회의 부총재에게 보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할 경우 일반 국민이 납득하지않을 것이란 점에서 무척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한 수사 관계자는 "문 기자는 진실을 말하겠다고 하고 왔다. 벙어리가 아니다"면서 납득할 만한 진술을 받아낼 때까지 본인 동의를 얻어 계속 조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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