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론문건' 수사 이모저모

언론대책 문건 작성자인 문일현(文日鉉)중앙일보기자에 대한 조사가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서울지검 청사는 10일 수사가 막바지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긴박감을 더해가고 있다.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정상명(鄭相明) 2차장 검사는 이날 오전 8시30분께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노트북 컴퓨터 파일 복구작업에 밤새 매달렸던 컴퓨터범죄 전담인 유상범(劉相凡) 검사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정 차장은 "복구에 별 진척이 없었고 기술적으로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설명을 듣고는 크게 실망한 표정으로 "복구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라"고 지시했다는후문.

○…정 차장은 노트북 상태와 관련,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지 않다','손을 댄 흔적이 있다'고 만 밝혀 이 말의 뜻을 놓고 추측이 난무.

파일을 지웠다는 뜻인 지 하드디스크를 바꿨다는 얘긴 지 아니면 디스크 포맷을 한 것인지 갖가지 설이 나돌았다.

한편 정 차장이 전날 밤 수사검사에게 "26일(10월26일) 버렸다고? 그렇다면 버린 것을 찾아내"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과연 버린 게 뭔지를 놓고 열띤 분석이 이뤄지기도.

○…정 차장은 이날 오전 10시40분께 기자실이 아닌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부터는 언론에 난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지 않겠다"고 선언.

그는 "말하지 못하는 내 심정은 (기자들보다) 훨씬 더 답답하다"며 "수사가 끝난 뒤 섭섭하게 한 점에 대해서는 일일이 사죄하겠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언론대책 문건' 작성자인 전 중앙일보 기자 문일현(文日鉉)씨가 10일 새벽 신문을 담당한 검사로부터 '혼쭐'이 났다.

10일 새벽 문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된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 주변에서는 담당 검사의 호통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문밖으로 검사의 고성이 흘러나오는 동안 문씨는 침묵했다.

핵심 의혹에 대해 문씨가 부인으로 일관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검사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갔다.

담당 검사의 호통은 문씨가 이종찬(李鍾贊) 국민회의 부총재 등으로부터 받은 금품을 '촌지 수준'이라고 강변하는데서 극에 달했다.

담당 검사는 금품수수 경위를 묻는 질문에 문씨가 "언론대책 문건을 작성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평소 촌지 수준의 돈은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하자"뭐, 촌지? 만일 공무원이 도둑이라면 당신은 도둑 할아버지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검사의 언성이 높아지자 문씨는 기세에 눌려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곧이어 검사의 탄식성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문기자, 당신은 잘못 풀린 지식인의 대표적인 케이스야!"

문씨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수사 관계자들은 문 기자를 상대로 이종찬(李鍾贊) 국민회의 부총재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는 연합뉴스의 보도가 나가자 무척 당혹해 하는 표정.

정 차장은 브리핑중 보도 내용이 맞는 지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기자들의 긴급질문을 받고는 즉답을 회피한 채 "이 사건(정형근 의원 명예훼손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데 그런 것을 묻고 있을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며 화를 냈다.

그는 그러나 곧바로 "물론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의혹 상황에 대해서도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는 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수사검사들은 특조실이 위치한 11층과 형사3부장 및 2차장실이 있는 5, 6층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마주치는 기자들이 질문을 거듭 퍼부어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 수사검사는 "우리는 유구무언이다. 아무것도 확인해 줄게 없다"며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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