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론문건 수사 하드디스크 행방을 찾아라

검찰이 입수한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 기자의 노트북 컴퓨터가 빈 껍데기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언론대책문건 수사가 다시 벽에 부딪힌 형국이다.

정상명(鄭相明) 서울지검 2차장은 10일 "문 기자의 노트북을 정밀 조사한 결과 하드디스크가 교체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문제의 문건과 사신이 담긴 파일 복구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하드디스크 분석결과 문제의 문건은 없고 96년부터 98년 휴직시까지 작성한 500여건의 기사파일만 남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하드디스크에서 새 하드디스크에 기사파일만 옮겨 넣은 것이다.

문씨 입장에서 볼 때 이종찬(李鍾贊) 국민회의 부총재에게 보낸 언론대책 문건이 언론개혁에 대한 소신을 정리한 것이고 사신도 안부편지에 불과했다는 그간의 주장을 입증할 유일한 증거를 없앤 셈이어서 하드디스크 교체는 많은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는 이번 사건의 의혹을 규명할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던 노트북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검찰 수사가 또다시 안개속에서 헤맬 가능성을 높여 주는 것이다.

검찰은 노트북이 껍데기로 드러났지만 문건 작성당시의 하드디스크 행방에 관한 진술을 받아내면 의외로 이번 사건이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한줄기 희망을 갖고 있다.

문 기자는 검찰에서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이유에 대해 회사(중앙일보)에 반납할 경우 개인적인 문건이 담겨 있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진술은 하드디스크 교체시기가 정형근(鄭亨根) 한나라당 의원이 문제의 문건을 폭로한 지난달 25일 이후인 것으로 일단 확인돼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그는 지난해 8월 휴직하면서 중앙일보측의 양해를 얻어 1년 넘게 회사 소유의 노트북을 사용해 왔고 노트북을 반납할 사유가 되는 사표제출은 지난 3일 이뤄졌다.

더욱이 문 기자는 문건폭로 후부터 지난 8일 귀국시까지 중국에서 머물면서 상당기간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잠행한 점을 감안할때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위해 하드디스크를 교체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문 기자가 이종찬(李鍾贊) 국민회의 부총재에게 보낸 사신이 들어있을 하드디스크를 빼돌린 것은 사신 내용이 단순한 안부를 묻는 정도 이상이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일 사신내용이 문 기자의 주장대로 단순한 안부를 묻는 내용이라면 하드디스크를 숨길 이유가 없고 오히려 자신에게 쏠린 의혹을 풀기 위해서라도 가져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일단 문 기자 본인의 주장대로 개인적인 문건이 많이 담겨 있다면 어디엔가 원래의 하드디스크를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문씨를 상대로 소재를 캐고 있다.

한편 문 기자가 그동안 의혹이 규명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진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이 부총재와 문건작성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제3, 제4의 인물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 지 주목되고 있다.

이와관련, 검찰 관계자는 문 기자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대로 금명간 이 부총재를 재소환하거나 제3 또는 제4의 인물을 소환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으나 결국 아무 물증없이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이번 수사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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