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근리사건 합동예배

피해 생존자·유족 5명 美방문 50년고통 털어놔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가해 미군병사와 피해자들의 반성과 용서를 위해 마련된 10일(현지시간)의 첫 공식면담과 합동예배는 양측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반세기나 끌어온 시간상의 거리만큼이나 어색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행사장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올드스톤 장로교회에서 이날 정오 예배가 시작된 직후 목사의 소개로 노근리 생존자와 유족 5명이 앞문을 통해 입장하고 곧 이어 미군참전 용사 3명이 뒷문으로 들어와 나란히 앞좌석 중앙에 앉아 예배를 봤다

예배는 종교행사답게 시종 엄숙하게 진행됐으며 양측의 대표가 제단 앞의 촛불을 함께 켜는 것으로 양민학살 사건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용서와 화해가 이뤄지길 기원했다.

그러나 미군 참전용사 중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해 총격사실을 인정한 에드워드데일리(68·당시 상병)씨만 노근리 사건 피해자들과 가벼운 눈인사를 주고 받았을 뿐 데일리의 요청을 받고 자리에 나온 로버트 그레이(당시 상사)씨와 도널드 다운(당시 이등병)씨 등 나머지 2명은 피해자들의 시선을 애써 피했다.

예배가 끝난 뒤 이뤄진 이들의 첫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나중에 이뤄진 간담회에서의 대화내용으로 미뤄 이 역시 감격적인 포옹 장면 없이 냉랭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음을 짐작케 했다.

정은용(鄭殷溶·77) 노근리 미군양민학살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그레이씨와 다운씨가 노근리 사건에 직접 가담해 총격을 가했는지를 집중 추궁했으나 노근리 학살사건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는 "더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며 곧바로 간담회를 끝냈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당시 왼쪽 눈을 잃은 양해숙(梁海淑·71·여)씨가 의안을 직접 꺼내 보이고, 오른쪽 옆구리에 포탄파편이 박혀 창자가 파열됐던 금초자(琴初子·61·여)씨는 브라우스를 걷어올리고 흉터를 공개, 회견장을 숙연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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