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관계로 확대되는 한진수사

한진그룹 탈세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11일 조양호(趙亮鎬) 대한항공 회장에 대한 구속으로 일단락됐다.

물론 일부 수사의뢰된 내용이 '미제'로 남은 상태이지만 이번 수사는 전반적으로 국세청 고발내용의 90% 이상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검찰도 조 회장이 구속되는대로 본격적인 기소준비 단계로 넘어가 말그대로 '보강수사'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보강수사는 크게 △국내반입 리베이트중 추가 횡령규모 확인 △리베이트의 해외자회사 이전 △비자금 사용처 추적등 세 갈래로 나뉘어 진행될 전망이다.

먼저 영장단계에서는 국세청이 고발한 1천685억원의 횡령규모 가운데 1천95억원이 밝혀진 만큼 나머지 590억원의 행방이 일차적으로 검찰이 확인해야할 대목이다.문제의 1천95억원은 조회장이 리베이트를 정상적인 회사자산 계정에 넣지않고 영업선수금 또는 각종 가지급금 명목으로 빼돌려 개인용도로 사용한 뒤 나중에 허위전표와 재무제표를 작성, '빈자리'를 메운 것처럼 처리하는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밝혀졌다.

특히 조 회장은 회사운영을 위한 달러를 매입한다는 명목의 가지급금 20억원을 인출, (주)정석기업 허모부장을 통해 일가 6명의 증여세 103억원을 납부하는데 사용하고 나중에 다시 되갚은 것처럼 변칙회계 처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590억원 부분의 경우는 보다 복잡한 회계처리 수법이 동원됐지만 확인작업은 '시간문제'라는게 검찰의 설명이어서 추후 기소단계에서는 상당부분 포함될 것으로 분석된다.

보강수사의 또다른 갈래로 국세청이 수사의뢰한 내용인 항공기 도입 리베이트 4억3천여만달러를 해외자회사인 KALF사로 이전한 부분이 검찰로서도 난제다.

검찰은 조회장이 KALF사 설립-운영을 통해 리베이트 4억3천여만달러를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했다고 파악하고 있는 반면, 조회장측은 "KALF는 당시 재경부 승인을 얻어 설립됐고 리베이트 수수도 국제거래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나름의 해명을 내놓고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검찰로서는 조회장측이 통상적인 국제 항공기 거래관행을 넘어 고의적으로 세원(稅源)포착을 어렵게할 목적으로 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는 '물증'을 확보하는게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보강수사의 최대초점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비자금의 사용처 추적에 맞춰질 수밖에 없어 수사진전 여부에 따라서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비자금의 향방에 따라 정.관계 로비여부로까지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파악된 1천105억원(조양호 회장 1천95억원, 조수호 한진해운 사장 2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은 △계열사 유상증자시의 주식인수 대금 충당 △조 회장 일가의 증여세등 세금납부등에 상당부분 쓰여졌지만 최소한 수억원 이상의 행방이 오리무중인 상태다.

검찰은 경제사건 수사의 전례에 비춰볼 때 행방이 묘연한 이 돈이 정.관계 로비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눈치다.

실제로 검찰은 그동안 계좌추적과 회사 실무자들의 진술을 통해 건교부 전현직 고위간부와 국회 건교위 소속 의원들에게 로비자금이 흘러들어간 단서를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주변에서는 건교부 전현직 간부 3∼4명이 수천만원씩의 뇌물을 받았다는 일부 보도와 함께 한나라당과 국민회의 의원 3~4명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어 의혹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0~11월 건교부가 노선 20% 감축등 제재조치를 내린데 대해 국회 건교위의 일부 여야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했고 당시 한진측이 필사적인 금품로비를 시도한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적잖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주도했던 황창학 (주)한진 부회장과 김영호 (주)한진중공업 기획관리담당 상무를 검찰이 수차례씩 소환조사한 것도 정.관계 로비부분에 상당한 '의지'를 보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게하는 대목이다.

검찰 수사관계자도 "구체적인 단서가 포착되거나 진술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부인하면서도 "우리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수사에 선후(先後)가 있는 만큼 너무 앞서가지 말라"고 주문했다.

물론 정.관계 로비가 대체로 현금으로 이용되는데다 관련자들이 어느 정도 입을 열지 분명치 않아 수사가 얼마나 진전될 지는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검찰의 수사의지에 비춰볼 때 적잖은 정.관계 인사가 수사선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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