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골탕먹이기 민망할 지경"

외국인을 등장시키는 TV 오락 프로그램들의 '외국인 학대'가 보기 민망할 지경인 것으로 지적됐다. 방송진흥원은 KBS2 '한국이 보인다'와 SBS '좋은세상 만들기'를 중심으로 지난 6∼9월 방송된 방송3사의 외국인 출연 프로의 문제점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고, 이런 프로들이 '글로벌 에티켓'을 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인 브루노와 중국인 보쳉이 도보로 한국 각지를 여행하며 문화를 체험하는 '한국이 보인다'의 '한국대장정' 코너 경우, 경북 영주의 어느 집에서 할머니가 요강을 갖다주자 두 사람이 냄새부터 맡고는 "이거 마시는 거예요? 비빔밥 통 아니지요?" 한다(6월13일). 전북 전주에서는(7월25일) 브루노가 자신을 보쳉의 여자 친구로 소개하자, 한 할머니가 그의 성별을 확인해야겠다며 바지를 벗기려 한다.

이 프로의 '글로벌 카메라, 세계를 간다'도 마찬가지. 일본인 여성이 웃자 "이 교정 하셔야겠네요"라는 진행자의 엉뚱한 멘트가 튀어 나가고(6월20일), 몸에 참기름과 콜라를 발라 선탠하고 남자가 감자팩을 하는 꼴불견 장면을 잡는 무대는 하필 중국의 수영장이다(7월18일).

SBS '좋은세상 만들기'의 '외국인 고향 방문기'는 외국인이 한국의 시골을 찾아 가는 코너. 그러나 촌로들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다며 외국인을 놀리고, 한국 노인의 모습을 왜곡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케냐인 오위노가 케냐말로 "하바리"(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자, 진행자는 "뭐, 합바리라고?", 할머니는 "어느 놈이여"라고 한다. 오위노에게 "검은 콩 같다" "네 얼굴 보니 배고프겠어"라고 모욕적인 말을 던지고, 그를 화장실에 가두거나 된장을 먹인 뒤 괴로워하는 장면까지 방송했다(7월10일).

충남 금산 편(7월17일)에서는 할머니가 미국인 팀에게 고추를 가리키며 "너도 이런 것 달렸잖아"하고, 할아버지는 "이놈(인삼) 먹고 오줌 한번 싸 봐, 저 산까지 날아가...정력에 좋다니 막 먹네"하는 놀림이 여과 없이 나갔다.

충북 충주 편(8월14일)에서는 할아버지가 나이지리아인 보나에게 "너 입술이 왜 이렇게 두껍냐, 키스는 잘 하겠다"라며 엉덩이를 때리고, 전남 여수 편(9월25일)에서는 할머니가 네덜란드인 론의 벗겨진 머리를 만지도록 했다.

방송진흥원은 이런 프로들에서 △자민족 중심주의 △신체 접촉에 대한 몰상식과 편견 △유아적 오락성의 추구 등 갖가지 문제점들이 집합돼 있으며, "대부분의 사례가 몇몇 유명 연예인들의 치기와 말장난으로 도색되고, 수준도 10대 청소년층 감수성에서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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