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본격적인 구조조정 이후 대량 실업 사태라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이 여성을 우선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여성이 생계 부양자가 아니며, 생산성도 낮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이미 많은 여성이 직업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새로운 성 역할 관점이 요구되고 있다.
여성이 생계 부양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에는 여자는 안사람, 남자는 바깥사람이라는 전통적인 남녀 유별의 원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를 성 역할 고정관념이라 하는데, 즉 성 역할 고정 관념이란 여성의 역할을 어머니, 아내, 애인으로 규정하는 반면, 남성의 역할은 생계 부양자, 가장으로 규정하는 관념을 말한다. 이러한 분업은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해야 하므로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되어 왔으며, 특히 유교적인 이념하에서의 남녀 유별은 자연의 질서로까지 여겨졌다. 여성의 저생산성은 여성의 역할과 관련된 개념이다. 즉, 여성이 출산, 육아, 집안일 등을 하므로 생산 노동면에서는 남성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여성은 가장 먼저 해고되고, 가장 늦게 고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공적 영역이 더 중시되는 현대 사회가 되면서, 공적 영역에서의 여성의 배제와 열등성을 조장한다는 문제를 낳고 있다.
시몬느 드 보봐르는, 흑인과 여성의 지위가 유사하다고 지적하면서 여성의 열등성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또, 그녀는 '...하다'라는 말이 '되어졌다'라는 동태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하면서 여성의 열등성은 변화되어야 하는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 여성의 역할을 집안일로 규정함으로써 여성을 저임금 노동자로 묶어 둘 수 있기 때문이며 둘째, 여성을 사회 생활에서 배제하는 태도는 남성의 특권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녀는 또한 이 세계 전체는 남성들의 것이며 이 세계를 만들고 관리하고 통치하는 쪽은 남자들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여성은 자신이 이 세상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은 열등한 자이며 의존자라고 생각하며 자기의 육체 속에, 자기의 집 속에 갇혀서, 능동성과 적극성을 상실한 수동적 존재가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녀의 분석은 여러 점에서 지금 우리 사회의 현상을 바라보는 데 유용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여성이 남성 임금의 60% 정도를 받고 있으며, 저임금 때문에 여성 가장의 빈곤이 더욱 심각해지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여성의 역할을 집안일로만 규정하는 고정 관념은 바뀌어야 한다. 게다가 여성의 저임금과 불안정과 지위는 전체 노동자의 저임금과 불안한 지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성에 따른 고정 관념은 인간의 관심, 욕망, 능력 그리고 욕구 등이 선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관점이므로 개인의 노력이나 남성과 여성이 처한 상황 등이 무시된다는 문제가 있다.
여성과 남성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모두에서 개인의 관심과 욕망,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욱 평등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성이라는 선천적 요인에 의해 차별하는 관점이 사라질 때, 상호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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