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 전경감의 10년10개월이 넘는 도피행각에 박처원(朴處源) 전 치안감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져 조만간 이씨 비호세력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검찰은 그동안 이씨의 도피생활이 외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항간의 추측을 사실로 확인, 80년대 대공수사의 '사단장'격으로 알려진 박씨를 비롯한 당시 대공수사팀을 그 배후로 주목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검찰이 주력해온 김근태(金槿泰)씨 등 고문사건의 배후와 이씨 도피행적 부분에 대한 수사가 맥락상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박씨는 87년 박종철(朴鍾哲)군 고문치사사건을 은폐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96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인물.
그는 88년 12월 24일 자신의 '분신'으로 불리던 이씨를 만나 "미안하다, 너마저 개입되면 곤란하다, 일단 피하라"며 도피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씨는 검찰총장과 모 일간지에 김씨 사건에 관련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라고 지시했으며 실제 당시 검찰총장에게는 이씨의 자필 편지가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후 박씨는 이씨 부인 신모씨의 미용실을 이용하던 부인을 통해 이씨와 간접접촉을 해왔고, 95년5월에는 김씨 고문사건의 공소시효에 대한 문의까지 받아 상담해주기까지 했다.
또 95년 5월 서울 용두동 집을 찾은 김수현 전 경기도경 대공분실 2반장이 이씨와 만나 부둥켜 안고 울었고, 97년12월에는 "집에 압류가 들어왔다, 10년간 아무 말을 안했으니 도와달라"는 이씨 부인의 부탁으로 박씨가 100만원 자기앞수표 1천500만원을 줬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따라서 고문사건의 배후와 도피 공조자는 상당 부분 일치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당시 박군과 김씨 고문사건 등으로 궁지에 몰린 경찰 수뇌부가 고문의 핵심에 있던 이씨 검거로 고문의 전모 및 배후가 속속 드러날 것을 우려, 도피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오직 대공수사 전문가란 명성으로 치안감 자리까지 오른 박씨의 비중을 감안할때 도피지시 및 도피생활을 돕는 과정에서 박씨 이외의 경찰내 다른 고위급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 사건의 수사 라인은 대공수사단장(경무관)이던 박씨 아래 윤재호 대공수사1과장(총경), 김수현 대공수사 1반장(경감), 백남은 2반장(〃), 김주홍 기술반장(경장) 등으로 구성돼 있었으나 3반장은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중 윤씨와 김주홍씨는 이미 사망한데다 김수현씨의 단순 접촉 외에는 더이상 드러난 사실이 없어 향후 추가 도피배후 및 공조자 규명은 검찰 수사의 몫으로 남아 있다.
검찰은 특히 100만원 자기앞수표 1천500만원이 박씨 단독으로 마련한 돈인지 아니면 다른 비호세력의 모금에 의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자금 흐름을 추적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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