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건 유명한 사람들의 숨겨진 단면을 안다는 것은 또다른 솔직한 인간적인 면을 알게되는 것으로 매우 흥미롭다. 특히 거기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도 있다. 'Less Is More'(단순한 것일수록 풍부함이 담겨있다), 'I Want To Be Good Not Interesting'(나는 인상적인 건축가보다는 좋은 건축가가 되고 싶다)라는 미스의 말처럼 세계적인 건축거장들이 남긴 어록들은 건축인들에게 매우 음미해볼 가치있는 것이지만 그들의 인간적인 진면목은 볼 수가 없다. 따라서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건축가들의 다양한 행태들(건축주나 건축적 위기에 대한 재치있는 대처방식, 혹은 그들끼리의 솔직한 감정이 섞인 대화나 위트, 유머, 혹은 은유적 표현들)은 재미와 함께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긴다.
▨건축가가 되지 못한 앤터니 퀸
세계적 유명배우이면서 미술작가이기도한 앤터니 퀸은 영화와 연극에 관계되기전 한때 건축가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의 우상은 라이트였기에 하루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와 스케치를 들고 나이든 대건축가를 찾았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고 스케치를 보여주면서 건축가로서의 가능성을 충고받고자 했다. 당시 앤터니는 말을 더듬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었는데 달변가였던 라이트는 퀸에게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드로잉을 내게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건축가는 말을 잘해야 합니다. 당신이 건축가가 되고 싶으면 가장 먼저 말더듬는 것을 고쳐야 합니다. 그때가 되면 스케치를 봐드리죠"퀸은 그것을 고치기 위해 중년의 여자친구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아 목소리를 고치고 유명한 배우가 될 수 있었다.
▨멘델존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에릭 멘델존은 기디온이 쓴 유명한 건축이론서 '공간, 시간, 그리고 건축'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에 몹시 실망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에게 편지를 써서 그 책에 관해 물었다. "만일 기디온이 옳다면 나는 당신 이론의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멘델존이 아인슈타인 타워를 설계한 건축가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후 답장에서 특유의 공손함으로 아인슈타인은 멘델존에게 그의 건강과 가족들 모두의 안부에 관해 물었다. 아인슈타인이 그의 편지(본문)에 중요한 이야기를 쓰는 일이 드물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멘델존에 대한 편지에서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의 위대한 메시지는 늘 그렇듯 추신란에 쓰여져 있었다.
추신; "내용은 신통찮은데, 잘 썼더군"
▨집 안인가, 바깥인가?
▲미국의 대표적 건축가인 라이트(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설계자)는 매우 자존심 강하고 때로는 독선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작품경향은 자연과 유기적 조화를 추구하면서 동양적인 공간감을 담고 있다. 한번은 그와 대조적인 작풍을 가진 필립 존슨(뉴욕의 링컨센터 설계자로 오나시스 사후 재클린의 남편감으로 지목된 사람들 중의 한명)의 집(글래스 하우스)을 방문했을 때이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라이트는 모자를 벗었고 조금후 다시 모자를 쓰는 동작을 몇차례 반복했다. 필립 존슨은 신경이 예민해져 그에게 물었다. "이 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이트가 대답하기를 "필립, 나는 모자를 써야할지 벗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네(왜냐하면 지금 집 안에 들어왔는지 집 밖에 있는지 구분이 안돼서)"
또 한번은 라이트가 설계한 집의 건축주가 거실 지붕에 구멍이 난 것을 보고 그를 불렀다. "내 머리 위의 지붕에 난 구멍에서 안락의자 위로 빛이 쏟아지고 있소.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요?"라이트가 점잖게 대답하기를 "의자를 옮기시죠"
▲꼬르뷔제의 설계가 시공상에 다소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문제점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마르세이유의 아파트 지붕의 구멍난 부분을 콘크리트로 채워넣은 후 즐거운 마음으로 그 불규칙한 반점들을 푸른 페인트로 칠했다.
사보아 부부가 그들의 유명한 집 '빌라 사보이'로 이사온지 며칠 후 거실 지붕에 금이 가서 비가 샜다. 그들은 매우 당황하여 즉시 꼬르뷔제를 불렀다. 그는 도착하여 손상된 것을 조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몇초간 바닥의 물을 빤히 쳐다보고 나서 천장을 바라보고 다시 물을 바라보더니 사보아 부부를 향해 돌아서며 종이 한장을 요청해 받아서 부근의 탁자 위에 놓고 세심하게 종이배를 접었다. 그러고는 방 한가운데로 가서 허리를 굽혀 물 위에 그 배를 놓고는 말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하고는 떠났다.
▨건축가들의 자존심
▲루이스 칸이 콜로니얼스타일(미국 독립초기의 건축양식)의 설계를 의뢰받았을 때의 일이다. "나는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의뢰인은 누군가 다른 이를 추천해줄 것을 요청했다. 칸은 지체없이 대답했다. "네, 토마스 제퍼슨(미국의 3대 대통령이자 건축가. 작품으로 버지니아대학 캠퍼스가 있다)이 좋을겁니다. 이미 죽었지만…"
▲오토 와그너(오스트리아 빈의 우편저금국 설계)가 그의 건축의뢰자인 부유한 공작부인에게 그가 설계한 저택의 도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저택의 설계를 주의깊게 살펴본 그녀는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당당한 입구에 비해 계단의 폭이 좁다는 것이었다. 자기 생각의 정당성을 와그너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그녀가 "저의 마부에게 물어봐도 이 계단폭은 좁다고 할겁니다"라고 말하자 와그너가 대답했다. "부인, 저는 마부와 건축을 의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농담이나 일화, 그리고 그와 유사한 것들이 유익하고 재미있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건축가에게 최고로 중요한 것은 그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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