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옷로비 수사 '진술유도설'파문

검찰이 옷로비 수사에서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를 보호하기 위해 관련자 진술을 연씨에게 유리하게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또다른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정일순(鄭日順)씨가 1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주장한 '진술 유도'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특별검사의 수사결과와 관계없이 검찰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검찰은 지난 6월 1일 조사당시 연씨 귀가때의 '대역소동'으로 특정인을 감싼다는 비난에 직면한 바 있어 이같은 의혹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법조 주변분위기에 당황해 하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검찰 조사때 코트 배달시점을 19일이라고 말했으나 검찰 관계자가 '그렇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지니 나라를 위해 26일로 그대로 가자'고 요구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진술한데 대해 "그렇게 한 사실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즉각반박했다.

검찰은 또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사건 관계인들에게 그런 부탁이나 종용을 할 이유가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논리를 폈다.

검찰은 "정씨가 처음에 장부 기재대로 12월 28일이라고 하다가 26일로 바꿔 진술대로 조서를 작성했다"며 "연씨가 반코트를 로비 명목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검찰로선 전달 날짜를 조작할 필요성이 전혀 없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연씨가 청문회 직전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26일로 계속 진술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이 특검 수사를 통해 확인되고, 정씨가 사직동팀 내사 직전 누군가의 언질을 받고 라스포사 매출장부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상황은 검찰에 불리한 쪽으로 돌아가는 형국이다.

나아가 검찰이 고집했던 코트배달 일자가 청문회와 특검수사를 거치면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굳어져 가고 있고 검찰 수사결과 나타난 지난해 12월 18∼22일 관련자들의 행적과 통화내역이 특검수사와 정면 배치돼 검찰수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커가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진술을 유도했다는 정씨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도 사실이다.

장부조작 사실까지 들통난 상황에서 정씨가 모든 책임을 검찰과 연씨에게 떠넘겨 버리겠다고 마음먹고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병원에서 긴급체포돼 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보낸뒤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내뱉은 진술이란 점에서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느냐"면서"안정을 되찾으면 다른 진술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정씨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은 점은 특검팀도 인정하고 있다.

이날 정씨의 영장실질심사 직전 한 특검팀 관계자는 "정씨가 최근 심경에 변화를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씨가 정서적인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언급한 검찰의 '진술유도설'은 아직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파문을 확대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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