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의혹을 풀기위해 특검제가 도입된 직후 현직의 중견검사는 특검제를 자초한 검찰 내부의 정황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 놓은 적이 있다.
그는 특검제를 부른 검찰 불신의 근원을 검찰 내부와 외부 양쪽으로 나눠 설명했다.
◈권력층 입김 거부할 수 없는 검찰
우선 외부요인으로 권력을 가진 쪽에선 검찰권을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 하고 그들의 말이 제대로 먹혀들게 하자니 중요한 자리에 '믿을만한 사람'을 앉히게 되며 이 현상은 특히 '국민의 정부'가 들면서 심화되고 서두르는 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니 자연 검사들 입장에선 '좋은 자리'로 가려면 윗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고 말도 잘 들어야 하며 이는 상층부로 올라 갈수록 더 심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사건이나 특히 권력층이 관심을 가지는 사건은 그들의 입김을 거부할 수가 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반문으로 답변에 가름했다. 권력에 취약해진 검찰권을 본래 모습으로 개선할 여지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시간이 걸리고 난관이 많지만 희망적이라 했다. 그 근거로 젊은 검사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데 그 실체의 일단이 '심재륜파동'에서 드러났으며 정권이 이젠 바뀐다는 유한성(有限性)과 검찰이 잘못하면 특검으로 넘어간다는 강박감이 바로 그 요인이라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현철씨 사면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법의식에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정치논리'가 '법 논리'보다 앞서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라고 진솔하게 토로했다. 오늘의 검찰상을 가감없이 그려놓고 있다. 아니 작금 시국사건들의 돌아가는 형세가 왜 그렇게 석연찮게 되느냐는 의문도 이 검사의 설명으로 어느 정도 풀려진다.
◈'옷로비' 벗겨지며 제2의 檢亂 예상
또 한편으론 권력의 속성이 근원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검찰권도 개선될 수 없다는 한계상황도 감지할 수 있다. 문제는 권력이 검찰권을 좌지우지하게 되면 당장은 위기를 모면하고 편할 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함께 망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옷로비 사건이 이를 제대로 실증해 나가고 있다. 로비 실체가 없는 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 1인극의 해프닝으로 결론을 내린 검찰수사가 특검에 의해 허구로 가득찬 '축소은폐' 조작이었음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 이게 확 벗겨지는 날 검찰 조직자체가 뿌리째 흔들리는 '제2의 검란(檢亂)'까지 예상된다. 그럼 검찰만 마냥 당하고 있을까. 그 원인을 찾기 마련이고 '국민'을 등에 업은 검찰의 성난 칼끝은 권력의 핵심쪽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그 주체는 검찰 수뇌부가 아니라 바로 용기있는 젊은 검사들일 것임을 앞서 서술한 중견검사의 말이 시사해 주고 있다. 일본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도쿄검찰의 명성이 하루 아침에 얻어진 게 아니다. 록히드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다나카 현직총리를 구속한게 바로 도쿄검찰이다. 권력과의 투쟁에서 많은 희생을 치른 대가가 오늘의 도쿄검찰이 갖는 자부심이고 이젠 권력도 감히 어쩌지 못한다. 그 결과 일본 사회의 투명성은 바로 도쿄검찰이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가. 옷로비 특검이 진행되고 있는데도'언론장악문건' 사건을 기자 1인극의 해프닝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그를 폭로한 국회의원만을 사법처리 하겠다고 검찰은 부산하게 과거까지 들추며 준비중이다.
본질인 '언론장악문건' 실체가 있었느냐의 여부문제는 온갖 북새통끝에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없다. 만약 그 실체가 있다면 정권자체가 흔들릴 만큼 워낙 중대사안이라 아마 그 진실여부는 다음 정권에서나 밝혀질 것으로 짐작된다. 수순대로 국정조사랍시고 한다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모른다 하면 속수무책이었기에 얻어질 것도 크게 없고 기대할 것도 없다. 차기 정권에서 뭔가 밝혀지면 현 수사검찰은 또 시련을 겪기 마련이다.
◈지금이 거듭날 수 있는 기회
검찰이 마냥 이러고만 있을건가. 이젠 스스로 깨어나 자정(自淨)노력도 하고 희생을 각오한 권력과의 투쟁도 불사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위기에 처한 국가의 투명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으려면 권력도 검찰에 대한 입김을 배제해야 한다.
검찰을 있는 그대로 놔둬야 한다. 정치적 사건은 정치력으로 해결해야지 왜 자꾸 검찰로 떠넘겨 조절하려 드는가. 이번 특검의 결과에 따라 검찰의 장래가 달렸다. 당장은 검찰이 죽은듯 하겠지만 그게 오래 사는 외길이다. 지금이 바로 검찰이 거듭 태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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