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가와 모델

화가와 모델간의 사랑은 미술사에서 흔하디 흔한 일. 때문에 누구라도 마네와 빅토린이 연인 사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쉽게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화가와 모델로 시작해 연인이 되고 결국 파경을 맞는 기존의 화가-모델과의 관계와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마네가 빅토린을 만난 것은 파리의 한 맥주홀. 자유분방한 성격의 빅토린과 마네는 하룻밤 풋사랑을 나눴지만 빅토린은 연인보다 모델 역할에 더 충실했다.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빅토린의 자유로운 연애관과 모델로서의 뛰어난 자질, 마네의 아내 수잔의 현명함이 그러한 관계 유지에 상당한 기여를 했을 듯하다.

모델로서의 인내심, 대중적인 매력, 활기와 함께 속칭 '역마살'이 끼었다고 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겼던 빅토린은 이후 여러 상대와 스캔들을 일으켜 마네를 곤란하게 만들 정도였다. 마네와 차분히 연인관계를 유지할 성격이 아니었던 것. 치밀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남편 관리(?)로 다루기 힘든 남편의 바람기를 잠재우곤 했던 온화한 성품의 아내 수잔의 내조도 두 사람의 관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결국 마네는 '빅토린 뫼랑의 초상' '거리의 악사' '에스파다 옷을 입은 빅토린' '앵무새와 여인' 등의 작품을 통해 숭배에 가까운 애정을 나타냈다. 빅토린에 대한 그의 생각은 다음의 짧은 일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길에서 만난 한 여인에게 모델이 돼달라고 요청했다 거절당한 마네. 하지만 그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거절해도 상관없어. 나에겐 빅토린이 있으니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