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에서 오류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빗대 지어낸 우스개 하나. 빌 게이츠가 완벽한 음성인식을 지원하는 윈도 최신 버전을 개발해 청중들이 모인 가운데 시연회를 가졌다. 마우스로 클릭하거나 키보드를 칠 필요없이 말로 명령만 내리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무슨 명령이든 해보세요'라고 빌 게이츠가 자신있게 말하자 짓궂은 청중 하나가 '포맷 C 드라이브'라고 외쳤고 이어 다른 청중이 '예스'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똑똑한(?) 컴퓨터는 즉시 C 드라이브를 포맷시켜 데이터를 모두 지워버렸다.
'주인을 알아보는 컴퓨터 또는 기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만일 빌 게이츠가 자신의 목소리만 알아듣는 시스템을 개발했다면 이같은 촌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컴퓨터가 대중화되면서 특정 사용자에 한해서만 시스템 또는 시설 접근이 가능토록 하는 보안문제가 대두됐다. 비밀번호나 IC카드 등이 보급됐지만 이를 유출시킬 경우 정보가 새나가는 불행한 사태를 막을 방법은 없다. 이에 따라 최근 등장한 것이 바로 '생체인식' 시스템. 지문, 손바닥 모양, 망막, 홍채, 혈관, 목소리, 서명, DNA 등을 컴퓨터가 인식, 허가된 사용자인지 확인하는 것. 이같은 개인의 신체적 특징은 출생부터 사망까지 변하지 않는데다 개인간에 서로 일치하는 경우도 없어 시스템 출입 통제에 적합하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생체인식 시스템은 지문인식 기술이다. 이미 100년전부터 지문은 개인 식별에 이용돼 왔으며, 1968년 미국의 한 증권회사가 이를 상업적 용도로 첫 사용했다. 지문인식의 기본 구조는 손가락을 올려놓고 지문을 촬영하는 입력부와 기존에 저장된 지문 데이터와 비교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인증부로 나뉜다.
아직 카메라로 지문을 촬영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컴퓨터 칩을 이용해 열-전자 감지 또는 전자광학적으로 지문을 입력하는 신기술이 최근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국내 한 벤처기업은 지문인식 시스템을 장착한 마우스를 선보였고, 인식속도가 0.3초에 불과한 첨단 장비도 최근 개발돼 기존의 기계식 자물쇠를 대신하고 있다.손이나 얼굴의 특징을 인식하는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손가락 길이나 모양을 3차원으로 측정한 정보를 통해 피사체를 인식하는 기술은 비교적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손모양 분석 시스템은 지난 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때 선수촌 출입보안용으로 사용됐었다. 이보다 좀더 진화된 기술이 손바닥, 손등, 손목의 혈관을 인식하는 기술. 적외선으로 혈관을 투시하는 방법으로 복제가 거의 불가능한 장점이 있다.
얼굴을 인식하는 방법은 좀더 까다롭다. 각도나 표정, 나이에 따라 입력정보가 변하는 탓에 인식도가 다소 떨어진다. 때문에 얼굴 모양이 아닌 얼굴의 열분포를 인식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적외선 카메라로 얼굴 혈관에서 발생하는 열을 측정, 디지털 정보로 변환시켜 저장하는 것. 미국에선 현금자동지급기, 건물 출입관리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목소리를 통해 사용자를 인식, 출입을 통제하거나 시스템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은 지난 1945년 미국 벨연구소에 의해 개발돼 폰뱅킹, 온라인서비스의 원격접속 인증 등에 사용되고 있다. 목소리 인식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통신망을 통해 사용자 인증이 가능하다는 것. 국내 이동통신업계에서 음성사서함 접속 인증에 이를 이용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주위에 소음이 있거나 통신 장애가 있을 경우 에러가 발생할 수 있으며, 녹음기를 사용할 경우 구별해 내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고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곳은 홍채 또는 망막 인식 시스템을 선호한다. 망막 표면의 모세혈관 모양이나 홍채내 무늬, 색깔은 출생 이후 3세까지 대부분 형성돼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으며, 일란성 쌍둥이도 서로 다르기 때문. 망막인식은 지난 85년 미국 아이덴티파이(Eyedentify)사가 개발, 특허 등록했으며 홍채인식은 미국 아이리스캔(Iriscan)사가 관련 특허를 독점하고 있다. 최근 망막이나 홍채 사진을 이용한 위장 접근을 막기 위해 눈에서 나오는 특정 파장을 감지, 진위 여부를 구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현재 가장 정확한 생체인식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으면서도 기술 개발이 뒤늦은 분야는 바로 DNA(유전자) 인식이다. 혈액이나 타액을 통해 얻어진 DNA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작성하는 것도 문제지만 인식에 걸리는 시간이 늦어 상용화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궁극적으로 생체 인식은 DNA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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