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패션유통시장 인프라 육성방안

동대문시장은 판매(패션몰)와 판매지원기능(패션유통인프라)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국내 패션유통 1번지가 될수 있었다. 2만7천여 점포를 대상으로 봉제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10만명에 달하고 업체수도 1만5천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지역 패션유통시장 역시 대량 수요처인 패션몰과 판매지원 기능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현재 대구시에 등록된 봉제업체수는 대략 300여개. 3~4명으로 이뤄진 비등록 영세 가내수공업체까지 포함하면 1천여개에 이른다. 종사원수는 4천여명, 과거 봉제업을 하다 그만둔 인력까지 합하면 줄잡아 5천여명이 넘는다.

대구에는 70년대만 해도 5천여개 이상의 봉제업체가 있었으나 지역 유통시장이 위축되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그나마 살아남은 업체들도 판로가 없어 대부분 서울시장에 의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자수, 레이스, 단추, 지퍼, 안감, 부직포 등으로 대표되는 패션부자재도 지역시장이 거의 없어 95%이상을 서울에 납품하고 있다.

패션유통 전문가들은 지역 섬유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최근의 대형 패션몰 붐을 지역 봉제.패션부자재시장의 활성화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첫 단추는 봉제관련단지 조성이다. 봉제.패션부자재업체들은 기동성과 상권밀착 등 업체 특성상 기존 상권과 연계된 조성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몇년전 서울시는 강남종합터미널 건물에 봉제.패션부자재공장을 만들어 동대문시장 업체들을 대상으로 분양했으나 상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분양에 실패한 바 있다.전문가들은 또 지역 섬유업계 전체가 봉제.패션부자재업 육성에 나서야 상호이익을 얻게될 것이라고 말한다. 3D업종으로 전락, 하나 둘 떠나고 있는 봉제공들을 모으고 가내수공업 수준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봉제공장도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인 봉제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대량공급만을 고집하는 지역원단 및 염색업체들의 지원책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

디자이너의 경우 지역 5개 대학교 및 주요 전문대학 디자인관련학과에서 매년 수백명의 기초인력을 배출하고 있어 인프라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또 섬유기능대학이 패션디자인과를 신설, 매년 40여명의 신규인력을 배출할 계획이고 종합유통단지내 패션디자인개발센터가 내년 9월 개관되면 여건이 한결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인력이 지역에서는 일할 터전이 없어 서울 등지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대형 패션몰들이 산학협동을 통해 자체브랜드 개발에 필수적인 디자이너들을 적극 고용, 양성하고 지자체, 섬유관련단체들도 우수인력의 역외유출을 막기 위해 취업알선 및 창업지원을 지원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신한레이스 김정황사장은 "서울을 제외하고는 지역 봉제.패션부자재시장이 가장 크고 수십년간 쌓은 노하우도 있다"며 "지역수요가 없어 침체됐을 뿐이지 대량 수요처만 있다면 봉제.패션부자재업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李鍾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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