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집단을 분류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입자격의 제한 정도에 따라 개방적 집단과 폐쇄적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개방적 집단은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누구나 가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가입자격이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어 있는 집단을 말한다. 이에 비해서 폐쇄적 집단은 특수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가입을 허용함으로써 가입자격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집단을 말한다.
개방적 집단은 본인의 취향이나 의지에 따라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기 때문에 집단의 내부구조가 비교적 민주적이고 외부 사회에 대해서도 배타성을 별로 갖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개방적 집단은 전체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개인에게는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이 공통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함으로써 사회통합을 강화시키는 이점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개인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존중되고, 능력과 업적에 따라 평가받으며, 사회관계가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개방적 집단의 활동이 활성화된다.
폐쇄적 집단은 흔히 운명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귀속적 지위에 의해 가입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에 집단의 내부구조가 권위적인 경우가 많고, 그들만의 결합을 강조하여 외부사회에 대해서 매우 배타적인 특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폐쇄적 집단은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고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신의 능력이나 업적보다는 연줄을 통해서 개인적 욕구를 손쉽게 성취하고자 하기 때문에 비합리적 연고주의가 팽배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집단지향적이고, 출신배경에 따라 개인을 평가하며, 사회관계가 권위적인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폐쇄적 연고집단의 활동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연고집단의 활동이 극성스러워지면 사회는 더욱 경직되고 분파주의를 심화시켜 사회의 발전과 민주화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각종 부조리를 양산시키게 된다. 여기에서 폐쇄적 연고집단의 사회적 역기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전통사회의 폐쇄적 집단으로서는 신분집단을 대표적인 것으로 들 수 있겠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혈연과 지연과 학연에 바탕을 두고 있는 각종 연고 집단들이다. 조상을 공유하고 있다고 의식하는 족친들이 함께 모여 조상의 유덕을 기리고, 동향의 지인들이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서로 나누며, 동문수학한 동창들이 모교의 발전을 위해서 뜻을 모으는 일이야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연고집단들은 이러한 순수한 목적의 한계를 넘어서서 자신들의 이익 추구와 기득권 옹호를 위해 인맥과 파당을 구축하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대표자를 뽑는 각종 선거, 정부나 기업체의 인사정책, 친인척 중심의 기업경영, 인맥 중심의 교육문화계 활동 등등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혈연과 지연과 학연을 앞세우고 있으니 이러고서야 어찌 능력있는 인물을 키워낼 수 있으며, 건강한 사회발전을 기약할 수 있겠는가.
내년에는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선거철이 되면 폐쇄적 연고집단의 움직임이 더욱 극성스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전에는 지역출신 고위 공직자 100여명이 서울에서 대규모 단합대회를 가졌다고 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모처럼 동향의 정을 나누었다'고 반길 것이 아니라 선거철을 앞두고 고질적인 연고주의가 머리를 내미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개방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폐쇄적 연고집단의 활동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영남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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