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修能시험, 너무 홀대받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수능시험이지만 출제와 시험관리에서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올해의 2000학년도 수능시험도 예외는 아니다. 수능시험 가채점 결과 지난해 같은 고득점 사태는 가라앉았지만 중상위권 수험생의 분포층이 매우 두꺼운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우선 문제다.

이것은 수능시험이 대학입시의 가장 주요한 기능인 '변별력'을 잃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올해 입시도 만족할 수준이 아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고교교육 과정을 충실하게 반영, 수능문제를 쉽게 출제했다고 밝히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일리가 없지않다. 그러나 대학 입학시험은 어디까지나 자격시험이 아니라 '선발고사'인 만큼 우수학생을 가려낼 수 있는 변별력이 요구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 올해 수능시험도 중위권과 상위권 수험생이 비슷한 점수대에 대거 몰림으로써 변별력을 상실하고 있는데다 과외 열풍을 가라앉히는 기능도 제대로 못하는 등 이번 입시 역시 성공작이 아니란 생각이다. 이처럼 수능시험이 변별력을 잃다보니 각 고교의 진학 담당교사들은 또 다시 논술시험에 대비, 별도의 논술지도를 하고 있으니 가히 기막힌 '입시풍경'이라 할만하다.

당국이 무턱대고 과외 열풍을 막기 위해 쉬운 출제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결국 수험생들이 그처럼 고생고생해서 치른 수능시험이 변별력을 잃은채 제 구실을 못하고 다시 '논술시험'에 매달리게 된다는것은 백번 나무람을 받아도 당연하다할 것이다. 이와함께 교육당국의 허술한 시험관리 또한 지적치 않을수 없다. 서울의 236개고사장 가운데 13개 고사장에서 카세트 스피커 음향이 고르지 못해 재시험을 치렀고 전국 여러지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시험문제 방송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며 수능시험 무효와 재시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지하철 공사가 진행중인 지역에 고사장을 집중 배치, 수험생들의 무더기 지각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수능시험의 권위를 더욱 실추시키는것으로 지적받아 마땅하다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태들이 교육 당국의 기강 해이에서 비롯됐다는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본다.

시험장의 음향이 제대로 들리는지를 사전에 점검하고 교통편이 어떤지를 체크하는것은 출제 당국의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재시험 소동까지 빚어낸것은 수능시험을 그만큼 소홀히 보고있기 때문이 아닌지 당국은 자성해야할 것이다. 수능시험은 출제 수준의 일관성 유지와 변별력 확보, 빈틈없는 시험관리가 병행될때 비로소 제 구실을 하는것임을 재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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