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crossover)는 애초에 재즈와 다른 음악 장르의 혼합을 일컫는 말이었다. 오늘날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교류가 '크로스오버'라는 이름으로 빈번히 시도되고 있긴 하지만 '만능 용매'로서 재즈가 갖는 위력에 필적할 만한 크로스오버는 여태껏 없었다.
'파이프오르간과 색소폰'쯤으로 번역해야 할까. 독일 색소폰 연주자 페터 레헬과 오르가니스트 페터 쉰들러가 합작한 앨범 'Pipes & Phones'의 첫 느낌은 그런 재즈의 명성에 비춰 다소 의외의 것이었다. 비록 색소폰이 멜로디를 리드하고 있지만 스탄 게츠의 연주로 유명한 '아다지오', 헨델의 '세르세' 중 '라르고', 레온카발로의 '아침의 노래' 등 전반부의 곡들은 재즈의 자유분방함과 즉흥적 테크닉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아홉번째 트랙 '무빙 인(Moving in)'에 이르면 우리는 이 음반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호른과 알토 색소폰, 오르간이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즉흥연주곡. 이것은 재즈인가, 클래식인가? 사실 이 음반에서 소개되는 음악은 시종 단순한 크로스오버라고 규정하기도 힘들다. 감정을 절제한 채 음표와 쉼표 하나하나를 정확히 짚어가면서도 감당할 수 없는 비애와 지독한 슬픔을 자아내는 전반부의 곡들도 마찬가지다. 차분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은 오히려 뉴에이지 음악을 능가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의 성당에서 녹음했다는 놀라운 음질도 이 음반의 매력이다. 해질 녘 황혼에서 해뜰 녘 새벽까지의 이미지를 좇아 차분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Pipes & Phones'의 종착역은 뜻밖에 '진도 아리랑'이다. 비록 한국팬만을 위한 보너스 트랙이지만 장르의 한계와 고정관념을 극복한 음악의 위력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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