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자연자원이라고는 태부족한 우리나라가 비록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로 어려움에 부딪혔다고는 해도 경제를 이만큼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교육이었을 것이다. "나는 못 배웠어도 자식만큼은 잘 가르치겠다"는 부모님들의 뜨거운 교육열이 그 역경속에서도 참으로 많은 인재들을 키워냈던 것이고, 이 높은 교육 수준의 인적 자원이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것이다. 그래서 서구의 학자들은 한국 경제발전의 뿌리를 학문과 교육을 어느 다른 가치보다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에서 찾고, 그것을 '신(新) 유교주의'로 명명해 따라 배우고자 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자랑스런 자산인 교육이 특히 지난 몇 해 사이 매우 빠르게 무너졌다. 어느 다른 곳보다도 초등과 중등의 교육현장은 황폐화했다.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교육의 황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너무나 심해서 우리의 교육을, 우리의 학교를 이대로 두고 과연 21세기와 새 천년대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게 된다.

그렇다고 개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반드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 교육현장을 바로세워야 한다. 우선 정부는 이른바 개혁이란 이름아래 개악으로 끝나고 만 일련의 조처들을 과감히 빨리 원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선생님들을 '촌지봉투나 받는 존재'로 몰아붙였던, 그리하여 '스승의 날'에 학부모가 교사를 방문하는 것조차 금지시켰던 결정들을 재고해야 한다. 소수의 부정적 측면을 마치 교사 전체의 일인 듯 과장해 선생님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매도함으로써 교사의 권위를 실추시켜 놓고서 어떻게 학교현장이 교육적으로 관리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잘못을 저지르는 교사는 학교를 떠나게 하되, 그러나 묵묵히 사도(師道)를 지켜온 다수의 교사들이 교육자로서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끔 여건을 새로 조성해주어야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우선 초.중등 교사의 정년을 65세로 환원시켜 주어야 한다. 앞 뒤 계산없이 62세로 내려놓는 바람에 교사수급이 맞지 않아 중등교사를 짧은 연수 끝에 초등교사로 발령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현실 자체가 정년단축이 아무런 타당성이 없었음을 반증하지 않는가. 교사 연금문제에서도 개악된 부분을 과감히 바로 잡아 교사가 불안심리에서 학교를 떠나는 현상을 막아야 할 것이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크게 불거질 이 문제들에 대해 정부 여당이 인색할 필요는 전혀 없다. 새로운 피'를 끌어들여 선거에서 이기려는 고식적 방식보다는 교육부문에서 개악된 조처들을 신속히 고쳐 40만 교사들과 그 가족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정공법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여기서 다시 미국 얘기를 하겠다. 지난 20년을 돌이켜 볼 때, 교육정책에 성공한 주지사는 모두 재선, 3선에 성공했으나 교육정책에 실패한 주지사는 모두 단임으로 끝났다. 우리의 경우에도 교육정책에서의 성패가 선거를 좌우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위정자들은 직시해야 한다.

교육에는 세속의 상업논리와는 다른 교육 특유의 논리가 있다. 그런데도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가르치는 사람을 무시하는 비교육적 용어로 교육계를 흔들어 놓았으니 교육계에 위기가 왔던 것이다. 뭔가 시장(市場)과는 다른, 청정한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살아 있을 때 교육은 힘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경제논리 경영논리로만 몰아나가려는 섣부른 자본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날 때 교육은 살아나게 된다. 교육이 살아날 때 우리에게도 21세기와 새로운 밀레니엄은 희망을 줄 것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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