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이모(35)과장은 최근 ㄱ대 대학원 스포츠산업대학원에 응시원서를 냈다. 회사 내에서는 나름대로 인정을 받는 편이지만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인 점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뭔가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같은 직장에 다니던 이과장의 부인은 부부 사원이라는 이유로 2년전 명예퇴직을 당한 바 있다.
▨ 평생직장 신화의 붕괴
이과장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제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IMF 사태와 함께 찾아온 대량 해고 사태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 직업관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버렸다. 그동안 월급쟁이들에게는 절대 깨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3대 확신이 있었다. '한번 직장은 평생 직장', '월급은 절대 내리지 않는다', '승진은 할수록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사고가 사라지는 대신 필요하다면 회사가 나를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는 인식이 현실로 다가왔다.
전경련 부설 자유기업센터가 수도권 지역에 사는 25~49세 사이의 직장 남성 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근무하는 회사에 몇년 더 다닐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절반정도가 5년미만이라고 응답했다.
대구대 이재규교수는 "최근의 직업관 변화는 IMF라는 돌출변수 때문에 갑작스럽게 진행됐지만 이와는 별개로 산업화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진행되면서 종신고용이 퇴색하는 등 직업의 개념 정립이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어떻게 변할 것인가
어차피 정부도 근로자의 일자리 안정보다는 IMF와 약속한대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더 중시하는 정책을 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임시직종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종달 계명대 산학협력교육센터소장(한국소호진흥협회 회장)은 "계약직, 연봉제, 성과급 이런 것들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추세다. 전문 지식과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라고 말했다.
박덕재 방송통신대 교수는 "직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생존증후군에 시달린다"며 "어디를 가든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실력배양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경기가 회복돼 새로운 일자리가 늘고 있지만 기업들은 경력자들을 우선해 뽑고 있다. 능력이 없거나 자기계발을 소홀히 한 사람에게는 기회가 없어진다.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경영'이라는 책에서 '지식 근로자의 자기관리' 문제를 다뤘다. 그가 직업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다섯가지. 첫째 자기의 강점을 알고 그것을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자기가 어디에 속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셋째,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 넷째, 사람과의 관계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생 후반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구체적 대안은 무엇인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지난 3일 '지식정보화 시대의 216개 유망직종'을 선정, 발표했다. 〈도표참조〉
젊은이들은 미리부터 이런 분야를 정복하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하며 사업도 이런 쪽을 겨냥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노동부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종합전시장에서 '직업비전 2000 행사'를 열고 새천년을 주도할 유망 직업 및 자격증을 상세히 소개한다.
대구상의 채문식 사무국장은 "선정 기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급성장 하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시스템엔지니어, 프로그래머, 시스템컨설턴트, 네트워크전문가, D/B관리자, 정보통신기기조작원 등이 유망직종. 시장개방 등에 따라 직종 분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금융분야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유통분야도 개척할 여지가 많다. 崔正岩기자
--전문가 견해
다가오는 새 밀레니엄 시대에는 생산 분야가 정체되는 대신 인간의 아이디어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전문지식 분야가 중요한 가치 창출을 하게 될 것이다.
직업도 이와 맞춰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중앙고용정보관리소가 펴낸 '한국직업전망서'는 미래의 직업은 제조 생산 분야의 가치는 떨어지는 대신 사람의 역할이 중시되는 분야는 성장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21세기 성장산업군으로 분류되는 컴퓨터, 통신, 디지털, 인터넷 관련주가 주목을 받듯이 직업도 환경이나 사이버 관련 분야가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역으로 기계나 컴퓨터가 대신 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 영역을 개척하는 것도 괜찮은 발상이다.
아침에 출근, 밤에 퇴근하는 통상적인 방식을 벗어나 재택근무나 소호같은 형태가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직장이 요구하는 전문적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하며 직장을 선택할 때도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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