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신청을 한지 만 2년을 맞은 우리 경제가 그동안 엄청나게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40억달러 이하로 떨어졌던 외환보유액이 6백80억달러로 늘어나 외환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지경이고 외국에 빌려준 돈보다 받을 돈이 더 많게된 순채권국이 됐다. 올해 예상 경제성장율은 9%로 기술반등을 넘어 과열이 우려될 정도에 이르렀고 물가는 1%대,금리는 한자리수, 환율은 1천200원대내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환란직후 300선에서 1천선 안팎으로 올랐고 4대그룹은 올해 사상최대의 순익이 예상되고있다. 이같은 경제성장률, 생산과 소비, 투자와 저축, 물가와 금리, 환율, 국제수지흑자 등의 수치만 보면 외환위기는 김대중 대통령의 공언대로 "완전극복"했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다. 사실 이같은 수치가 아니더라도 시중경기는 이미 체감수준으로 호전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에 나타난 지표상의 회복만으로 위기극복을 낙관할 수 없는 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내용상의 부실이 아직도 경제분야 뿐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어 이같은 문제의 해결없이 위기극복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물론 환란당시보다 경제가 크게 호전된 것은 그동안 국민과 정부, 기업과 금융이 뼈를 깍는 구조조정을 해온데 원인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기극복에 자신감을 갖지못하게하는 내용상의 부실은 바로 그같은 구조조정이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구조조정이후의 방향설정이 불확실한데서 오는 것이다.
우선 외환위기의 극복으로 경제는 좋아졌다지만 사회 중추세력인 중산층이 급속히 붕괴됨으로서 이른바 80대 20의 사회가 되고 그것이 사회불안의 근본원인으로 자리잡고있는 것이다. 실업율은 크게 낮아져 4.8%로 발표되고 있지만 임시직과 일용직이 절반을 넘고 청년실업이 급증하는 등 고용의 질이 되레 나빠진 상태다. 재벌빅딜과 30대그룹중 2위에 올랐던 대우를 비롯한 15개 그룹이 해체과정에 들었지만 경쟁력있는 핵심사업위주로 재편되고있다기보다 임기응변식 잘라내기의 축소지향으로만 흐르고있어 고용감소등 경제역량을 위축시키는 모습이다. 4대그룹의 사상최대순익도 구조조정에 따른 경쟁력강화에 의한것이라기보다 금리하락,자산매각,증시활황에 힘입은 것이다.
게다가 정치개혁의 답보, 공기업구조조정의 부진등은 구조조정자체가 아직 미진함을 보여주고 재벌개혁등 기업구조조정은 개혁후의 방향에대한 청사진이 불분명하다. 위기극복을 자만하기보다 위기재발을 막기위한 전반적 점검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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