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교교육 갈피 못잡는다

지난 17일 치러진 200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역간 난이도 조정이 사실상 실패함에 따라 전 영역에 걸친 고교 수업의 황폐화, 언어 및 수리탐구Ⅱ영역의 과열과외 등 향후 고교 교육에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번 수능시험의 경우 전체 난이도를 지난해보다 8~10점 정도 쉽게 맞추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언어영역(국어)이 어려운 반면 수리탐구Ⅰ(수학)과 외국어영역(영어)은 지나치게 쉽게 출제됐다.

때문에 수능시험 문제를 구해 풀어본 고교 2학년생들은 한결같이 "언어영역을 제외하고는 시간이 남을 만큼 쉬웠다"는 반응이었으며 일부 상위권 학생들은 "수학과 영어는 더 공부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수능시험 문제를 접한 고교 교사들도 영역에 관계없이 "내년 고3 교실에서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수학과 영어과 교사들은 지나치게 난이도가 떨어져 수업수준을 중위권과 쉬운 문제풀이에 맞출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상.하위권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언어영역과 수리탐구Ⅱ의 경우 이번 수능에서 교과서 밖 문제가 많이 출제된데다 독서량, 시사상식 등에 좌우되는 문제도 적지 않아 수업내용은 물론 수업방식 결정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난이도 조정실패로 언어와 수리탐구Ⅱ가 수능성적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됨에 따라 과학과목 과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언어, 사회탐구 등의 영역에서 학부모들을 현혹하는 과외의 출현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 학원강사는 "지난해 수능시험 이후 이미 과외의 중심이 영어 수학에서 과학탐구 쪽으로 옮겨졌으며 벌써 언어영역 과외를 물어오는 학부모도 있다"고 말했다.국어과 이모교사는 "올해 수능시험 난이도에 수업을 맞출 경우 교육현장에 상당한 파행이 예상된다"며 "수능시험 난이도 조정과 함께 영역별 교사연수 등 고교교육 정상화 방안이 함께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金在璥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