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밀레니엄, 그 시작이 3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가정들도 새롭게 시작되는 천년의 의미를 가정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어제와 별다른 내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새 천년의 시작을 한달여 남겨둔 가정의 주역인 아내와 남편들은 지금까지의 모순과 갈등을 딛고 화합의 정신으로 더불어사는 새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30대 부부 김우정(경북대 전자공학과 박사과정) 박영혜(북부초등교사)씨 부부는 새 천년에 걸맞게 두자녀 준성(5) 하성(2)이를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리라 다짐한다.
"만능을 원하는 우리나라 선발 교육 제도의 갖가지 문제점을 다겪고 자란 우리들은 그 폐단을 너무 잘 알고 있지 않느냐"는 김씨는 모든 것을 다 잘하기를 바라는 현행 교육체제를 앞장서서 따라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때가 되면 다 하겠지요. 미리부터 글자를 가르치고 영재교육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고 봐요. 서로 더불어 살아가야할 새천년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면서 살아가도록 해줄 작정입니다"
열병처럼 번지는 영재교육에 반기를 든 김씨는 현재 경북대 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을 다니면서 벤처업체 '생각하는 아이'의 대표이기도 하다.
학생, 벤처업체 대표, 아빠, 남편의 1인4역을 담당하는 김씨는 "뉴밀레니엄이 시작되면 우리집도 경제적으로 안정되기를 바란다"는 소박한 꿈을 덧붙인다.
주부 배명숙(44·대구시 남구 미리내 맨션)씨는 가장 소중하면서도 입시교육에 떠밀려 홀대받는 우리 자녀들의 심성가꾸기에 역점을 둔 무료 천자문 강의로 뉴밀레니엄을 준비한다.
배씨의 천자문 강의는 일주일에 두번씩 규칙적으로 열린다. 한번은 협성고 1년에 다니는 아들 준환이의 친구들을 대상으로, 또한번은 십여명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순수한 평생교육의 장을 펼친다.
"한자 성적 올리기에 치중하지 않고, 천자문 속에 담겨있는 사람사는 법을 얘기합니다"
벌써 일년째 계속되는 천자문 강의를 통해 듣는 학생들이나 엄마들 모두 경쟁, 입시, 혼탁, 부패 같은 구시대의 모순들이 점차 사라지고, 서로 끌고 미는 뉴밀레니엄 시대를 기대한다.
이곳에서 배운 주부들이 동네 아파트에서 또다른 2세들을 가르치는 용기를 갖기를 바라는 배씨는 최근에야 매스컴의 각광을 받는 '아나기운동'(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의 말없는 기수에 다름 아니다.
자기가 갖고 있는 지식을 소리소문 없이 2세와 이웃 주부들에게 펼쳐나가는 배씨와 같은 이들이 늘어날때 우리 가정의 밀레니엄 맞이는 보다 속이 깊어지고, 내실이 다져진다.
인터넷 홈페이지(http://column.daum.net.mother)에 개설된 '새천년에는 이런 내가 되고 싶다' 코너에도 밀레니엄을 맞는 여성들의 뜨거운 각오가 실려있다.
"남편과 아이와 주위사람들이 행복함과 편안함을 느끼도록 유쾌하게 살겠다" "미래사회는 여자아이도 씩씩하고 남자아이도 감성이 풍부해야 한다. 너무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에 옭매이지 않게 키우겠다" "연애 결혼한 남편이 (시)어머니와의 마찰에 힘들어하면 제편이 되어주기 않아서 늘 혼자라는 생각에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하지만 아이도 태어난만큼 열심히 애를 키우며, 좀더 부지런하고 바쁘게 나를 위해 뭔가를 배우며, 좀더 예뻐지도록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이젠 나를 되찾고 남편을 위해서도 마음을 열고 싶어요"
'도시락 편지'의 저자 조양희씨는 "21세기에는 맹목적인 자녀 사랑보다 과학적인 사랑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의 정서를 뒷받침해줄 여유가 너무 없다는 조씨는 뉴 밀레니엄을 맞아 우선 방분위기를 바꾸고, 교실체험을 해보라고 강조한다.
"어머니들이 자녀들과 똑같이 등교해서 하루종일 공부하는 교실체험을 일주일만 해보라"는 조씨는 "그러면 우리네 교육정책이 왜 바뀌어야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며 그렇게 어머니들의 생각이 바뀔때 별다른 밀레니엄 준비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청소년들이 폭발하는 에너지를 건전하게 배출하고, 정서적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조씨는 새천년에는 어머니들이 힘을 뭉쳐서 학교에 교실카페도 열고, 가정에서도 자녀방을 학습보다는 놀이방 중심으로 꾸며보라고 권한다. 지나친 학습 강요보다 자녀들이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라는 것.
"고속전철 떼제베의 설계자는 어린 시절 물총새가 고기를 낚아올릴 때 물에 파문이 일지 않는 것을 보고, 그 현상을 집중 연구해서 성과를 낚았지 않느냐"는 김동한(덕원중교사)씨는 틀에 박히지 않은 다양한 경험이 아이로 하여금 생각케하고, 그런 것이 바로 우리 가정의 21세기 맞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상상력이 뛰어난 별난 아이를 수용하는 가정, 한가지 현상을 가지고 다양한 각도로 상상력을 전개해나가는 확산적 사고방식을 키워주는 것도 부모들의 몫이라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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