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특검 기밀 공개" 수사진 불만 노골화

결속력을 과시해 왔던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팀이 수사 막바지 단계에서 한때 내홍 조짐을 보였다가 수뇌부의 긴급진화로 일단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내홍조짐이 판사출신인 최 특검의 언행에 대한 검찰출신 수사진의 누적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언제든 재연될 수 있는 불씨는 남아 있다.검찰 출신 수사진의 불만은 판사 출신인 최 특검이 수사실무도 제대로 모르면서 수사상황을 수시로 외부로 흘리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특히 25일 일부 언론이 최 특검의 말을 인용, '김태정씨가 입수한 문건의 출처는 청와대 박주선 비서관'으로 보도하면서 수면위로 터져 나왔다.

특검팀에 합류했던 파견검사 등 검찰출신 수사진은 이날 오전부터 "이런 분위기에서 더이상 일을 못하겠다"며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수사요원은 "누구는 수사나 하고 누구는 (언론에) 흘리고, 이래서야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며 최 특검을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양인석(梁仁錫) 특별검사보도 보도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에게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 뒤 "누구 이름으로 뭘했다는 식의 보도는 필요없다. 누구를 스타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양 특검보의 과묵한 성격을 놓고 볼 때 그의 이런 발언은 이례적이어서 최 특검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지 않았느냐는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특검팀의 내분조짐은 오래전부터 내연돼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특검보 등 검찰 출신은 수사실무를 자신들이 사실상 끌고 나가는데도 최 특검이 수사기밀에 가까운 내용까지 외부에 흘려 수사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불만인 반면 최 특검은 '성역없는 수사'를 '모토'로 내세운 자신의 뜻을 검찰출신들이 사사건건 견제한다며 불만을 토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이런 입장차이는 최근 배씨가 공개한 문건의 출처에 대한 수사여부를 놓고 증폭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특검은 문건의 출처가 사직동팀으로 추정되는 만큼 사직동팀과 책임자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폈으나 양 특검보 등은 문건 출처에 대한 수사가 이번 수사의 본류가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는 것이 특검팀 주변의 정설이다.

아무튼 특검팀의 내분조짐으로 막바지 국면에 돌입한 옷로비 의혹 사건 수사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특검팀 수뇌부가 발빠르게 수습에 나서면서 사태는 진정되기 시작했다.

최 특검은 오후 들어 검찰 출신 수사진에게 자신의 실언을 사과하면서 수습에 나섰고 양 특검보 등 검찰 출신 수사진도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다짐하면서 오전 한때 불거졌던 내홍조짐은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쳤다.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오전 한때 어려운 상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후들어 팀원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잘 해보기로 합의를 봤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