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가 막을 내리고 있다. 되돌아 볼까? 지금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아니 그럴수록 그래야 하리. 지나온 길을 제대로 파악해야 갈길이 뵈지. 어차피 학문하듯 이잡듯 살피기는 쉽잖은 일. 20세기 전반부는 연구자들이 정리해 놓은 것을 바탕으로, 후반부는 매일신문의 보도를 따라서, 5회에 걸쳐 소략하나마 다시 한번 우리 위치 점검하는 길을 나서 보자. 물론 눈은 다음 100년에 둬야겠다.
〈편집자 주〉
지난 100년, 우리 같이 험난한 길 걸어 온 민족이 또 있을까? 다시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면, 우린들 무슨 힘으로 또 헤쳐 나갈까? 이제 고비는 다 넘은 것일까? 일단은 그렇게 보인다고들 한다. 아무렴 그래야지. 다음 100년에는 이제 정말 딴 걱정 없이 높다란 탑 쌓기에만 매달릴 수 있어야할 것이다.
망국. 나라가 망하다. 20세기에 우리를 가장 먼저 찾아 온 억압은 바로 이 처절함. 많은 지사들이 자결했다. 무기 조차 없는 의병들이 수만명 목숨을 바쳤다. 이회영 선생 일족을 다시 떠올려 볼까? 그 아내가 쓴 '독립운동가 아내의 수기'를, 세기가 바뀌기 전에 다시 한번 읽어 봐야지. 이등박문을 처단하고 의연히 순국해 간 안중근 의사를 어찌 잊으랴. 3·1운동이 평화적 시위였다고? 일본도 평화한 적이 있었던가? 그때 희생된 동포는 또 얼마였나?
민초들은 따뜻했던가? 토지 전답 다뺏기고, 나중엔 식량 조차 앗겨 초근목피로 목숨 잇고, 많이도 굶어 죽지 않았던가? 일본군에 죽고, 만주 마적단에 죽고, 정신대·보국대·일본군에 끌려가 없어지고… 낯선 땅에서 오직 노동으로 받은 그 적은 수입 조차 조국 독립 자금으로 늘 쾌척해 왔던 미국 동포들. 소련 군인들한테 집단 학살 당한 독립군의 자유시 참변이라니… 일본인들은 제나라에 지진이 났는데 왜 죄없는 우리 동포를 5천명이나 학살했던가? 성도 이름도 일본식으로 고치라고?
이미 고인이 된 어느 분. 그는 아무 찌꺼기 마음 없이 웃을 수 있은 일이 당신 평생에 딱 한번 있었다고 했었다. 그건 바로 광복됐을 때. 독립투사도 아니었던 일개 민초가 이 정도였을진대, 광복이 됐으면 정말 편안하고 좋아야 했을 것을.
그러나 어땠나? 정작엔 더 못잖은 고통을 몰고 왔었다. 분단, 그리고 독재. 더욱이 그 둘은 너무 오래 계속돼 버렸다. 그나마 위안스런 것은 이제 독재는 막을 내렸다는 것. 6·25전쟁 중에 벌써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하더니, 기어코 범상한 관료 행차에까지 학생을 종놈 데리듯 동원하고…
그런 중에도 대구·경북은 용맹스런 본을 보였었다. 일본이 나라를 먹어 들어 올 때 벌써 국채보상 운동을 펼친 이 지역. 일본에 대한 테러 투쟁의 시발점이 됐던 고장. 여기서는 2·28 학생 시위가 드디어 이승만 타도의 기치를 들었었다.
이제 독재의 시련은 거의 극복했다고들 하지. 문민정부가 세워지더니, 사상 처음으로 여야간의 정권 교체 모습도 전세계에 보여줄 수 있었으니.
새 100년. 우리는 어디를 지향점으로 나아가야 할까? 우리가 올라 선 바탕을 더 야물게 다지고, 통일도 해야겠고, 민주화도 더 진척시켜 진정한 시민사회도 완성해야 하리. 어찌해야 그리 할 수 있을까?
조그만 소견 하나. 사회에 참가치를 세워야 한다는 것. 누가 돈많이 벌었고, 누가 높은 자리 살고…하는 것이 계속 가장 큰 자랑거리인 사회여서야 만족스럴 수 있으랴?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성취'일 뿐. 어려운 이웃을 얼마나 도왔는가? 사회에 얼마나 도움 됐는가?…이러한 '사회적 성취'가 존경의 잣대, 진정한 자랑거리로 우뚝 선다면, 우리 역시 제대로 건강해졌다는 판정을 받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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