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동아측 최회장 구명 운동

최순영(崔淳永) 신동아그룹 회장의 외화밀반출사건 당시 신동아측이 최회장 구명을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최회장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중일 무렵 신동아측 핵심 로비스트로 알려진 인물이 당시 김태정(金泰政) 검찰총장 집무실에서 옷로비 의혹사건의 내사결과를 담은 사직동팀 최종 보고서를 유출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보고서 유출의 주인공으로 밝혀진 박시언(朴時彦.61.신동아건설 고문)씨는 신동아측이 최회장 구명로비를 위해 지난해 3월 신동아그룹 부회장으로 영입한 인물이라는 것이 검찰 안팎의 정설이다.

최회장은 당시 외화밀반출 혐의로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전남 M고 출신으로 여권 실세들과 교분이 깊은 박씨를 로비스트로 끌어 들여 자신의 구명로비에 적극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교포 출신인 박씨는 지난 80년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미국 망명시절 현 정부의 핵심인사들과 친분을 맺은 인연과 지역연고를 활용, 검찰의 호남출신 인맥 등 정.관계의 실세들과 접촉하면서 최회장의 구명운동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박씨는 특히 최회장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될 무렵인 작년 10월 서울지검을 방문해 검찰간부를 만나는 장면이 목격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박씨가 대기업 경영 경험이 전무한데도 갑자기 신동아그룹 부회장으로 영입된 것과 그 이후에도 신동아내에서는 베일에 싸여있던 인물이라는 점 등은 그가 신동아측의 로비스트였다는 시각을 뒷받침해주는 또 다른 정황으로 꼽힌다.

신동아측이 최회장 구명을 위한 전방위 로비를 벌인 흔적은 최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의 행적에서도 적지않게 발견된다.

이씨는 김 전총장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를 상대로 본격적인 '옷로비' 공세를 벌이기 전인 작년 10월22일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를 만나 "영부인에게 남편의 선처를 부탁해 달라"고 부탁한데 이어 같은해 12월17일에는 정씨를 통해 "영부인에게 전해달라"며 육포와 편지 등을 전하려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사직동팀 최종보고서에도 나와있다.

사직동팀 보고서는 또 이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횃불선교센터 교인들을 동원, 남편 최회장의 선처를 요청하는 집단 탄원서를 만들어 영부인과 인연이 있는 H목사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하려 시도한 사실 등 이씨의 로비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검찰 및 특검팀의 조사결과에도 이씨가 연씨에게 그림을 제공하려한 일과 전복을 실어보낸 사실 등이 드러나 남편을 살리겠다는 이씨의 의지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케 해준다.

신동아측은 이런 전방위 로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최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 2월10일 일간지 광고를 통해 옷로비 의혹사건을 폭로하려다 검찰의 제지로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옷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신동아측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최회장 사건 당시의 신동아측 행적을 파고들면 사법처리가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니다"고 말해 검찰이 신동아측의 로비 행적을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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