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국면 맞은 특검

사직동팀 내사 최종보고서가 26일 공개되고 박주선(朴柱宣)전 법무비서관이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옷 로비 의혹사건 특검팀의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최종보고서의 유출과정과 내용이 갖는 파괴력을 감안할 때 전면 재수사 또는 문건과 관련한 부분 재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전날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의 영장이 다시 기각되자 한때 망연자실한 표정이었으나 이날 문건 공개로 전열을 가다듬는 한편 정씨에 대한 영장재청구 방침 아래 향후 수사일정을 재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특검팀이 이날 보고서 공개 이후 "네 여인의 행적은 아직 '인지'단계에 불과한 만큼 연정희(延貞姬)씨 등 관련자를 재소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힌 것은 간단치 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이 최근 "연씨에 대한 조사는 충분히 이뤄졌다"(24일)거나 "언론에서 미진하다고 지적한 부분도 대부분 확인이 끝나간다"(25일), "청문회 증인 13명의 위증혐의수사가 진행중"(25일) 등의 발언으로 수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암시한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특히 "문건이나 보고서 부분은 수사대상이 아니라 조사대상"이라고 밝혀 보고서 공개 전까지만 해도 "위증 혐의도 수사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데 어떻게 문건출처를 조사하겠냐"는 반응에서 진일보한 태도를 내보였다.

어지럽게 얽힌 실타래를 다시 한번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인지 단계'라는 말은 그간의 수사진척도에 비춰 과장된 측면이 많지만 그만큼 신중히 접근해 가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 사건과 관련, 전날 '관련자 엄단 방침'을 밝힌데 이어 이날 사직동팀 및 검찰조사의 미흡함을 질타하고 진상 규명을 지시한 것은 특검팀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중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른 향후 수사의 초점은 △사직동 최종보고서의 작성 및 유출경위 △배정숙(裵貞淑)씨가 공개한 최초보고서 추정 문건의 출처 △박 전비서관이나 김 전장관이 사직동팀 및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대통령에게 보고된 극비 보고서가 김전 총장을 거쳐 당시 신동아그룹 부회장이던 박시언씨에게 유출된 경위 등에 맞춰질 전망이다.

최초 보고서 역시 사직동팀이 출처인 것으로 확인되면 박 전비서관의 '허위보고'여부가 드러나게 되고 이 보고서등을 근거로 검찰수사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면 '국정을 농단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최종 보고서가 전달된 시점이 2월20일이긴 하지만 당시 박 법무비서관이 김태정검찰총장에게 건네졌다는 것은 내사단계부터 각종 정보가 수시로 제공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만든다.

아직까지 박 전비서관은 "최초 보고서란 없다"고 일관된 주장을 하고 김 전총장도 출처를 함구하고 있지만 문건의 형식 및 내용 등에 비춰볼 때 사직동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특검팀은 특히 배씨측 문건이 '연씨가 호피무늬 반코트를 외상구입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담고 있는데 반해 최종보고서는 '반코트가 배달됐으나 전화연락후 반환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코트를 둘러싼 최종보고서의 판단이 검찰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지됐고 큰 줄기는 청문회까지도 이어진 만큼 연씨측 주장대로 결론이 도출된 경위를 쫓다보면 제3자 개입 여부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같은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 배-연-정씨와 이형자(李馨子)씨 등 4인방에 대한 강도 높은 재수사와 함께 경우에 따라 당시 내사를 담당했던 사직동팀 관계자와 박 전비서관, 김 전총장의 소환조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어 과연 어느선까지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