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공식적인 로비스트의 원조(元祖)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76년, 워싱턴에서 코리아게이트사단을 벌인 박동선(朴東宣)씨를 꼽을만 하다. 훤칠한 키에 세련된 매너, 상대의 경계를 풀게하는 능란한 화술 등은 그 분야의 기본조건이라 할만하다. 옷로비사건에서 사직동팀 문건을 제보한 박시언(朴時彦)씨는 일견 외양은 멀쩡해보이는데 방송기자와 했던 대화자락을 보면 다소 우악스런 점이 결격사유(?)가 되는듯해 보였다. 그는 공병부대 장교로 60년대말 월남전에 참전, 당시 미군장교였던 제임스 루빈 전미국재무장관을 만난 인연으로 제대후 미국 이민길에 올라 부동산업을 통해 돈을 모은 모양이다. 미국 상.하원의원 자문위원도 지낸 것을 보면 재미 호남출신교민사회의 한 축을 이뤘음직도 하다. 김대중대통령과는 미국 망명시절에 인연을 맺었고 김태정 전총장의 딸이 미국유학할 때는 뒤를 챙겨준 끈적끈적한 인연도 있다. 박씨의 국내 족적은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의 외화밀반출사건과 옷로비사건에 동시에 겹쳐진다. 98년10월말, 신동아사건의 수사선이던 '고교후배'인 서울지검 김규섭 3차장을 두어번 만난 것으로 언론에 알려졌다. 김규섭 3차장은 옷로비수사발표때 허여멀건 얼굴에 땀을 팥죽같이 흘려 사람들의 동정(?)을 샀던 인물. 그가 이제 사건의 전면에 나서자 세간에선 왜 문건을 공개했을까하는 추리가 시작되고 있다. 로비 받을 것 다 받고 최회장은 구속됐으니 결국 노기가 뻗쳤을 것이라는 단순 짐작이 주를 이룬다. 이 판에 서민들은 재미가 짭짤한 장면 하나를 즐기고 있다. 이 정권의 실세자중 한사람은 박씨의 폭발력을 미리 감지하고 '자신과는 31촌이나 33촌쯤 된다'고 차단벽을 마련했다. 31촌이라면 웬만큼 촌수에 밝은 시골노인들도 하루밤.하루낮은 계산해봐야 할 거리이니 출중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이밖에 당대의 호남 실세들도 모두 자신과의 무관을 외치며 손사래를 쳤다. 세상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란 사실을 세삼 일깨워 준다.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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