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총장 집무실서 문건 직접 받았다"

전 신동아그룹 부회장 박시언(朴時彦·61·신동아건설 고문)씨가 27일 밤 사직동팀 최종내사보고서 입수경위와 최순영(崔淳永) 전 신동아 회장의 구명을 위해 자신이 벌였던 로비 사실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박씨가 3시간여 동안 털어놓은 말을 토대로 사직동팀 최종보고서 입수 및 공개 과정과 최회장 구명 로비과정을 재구성해 본다.

◇보고서 입수 및 공개 경위박씨는 지난 2월11일 최회장이 구속됐기 때문에 구속 배경을 물어보기 위해 김태정(金泰政) 당시 검찰총장을 찾아가 면담요청을 했으나 2월말께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2월말에 재차 방문했다.

박씨가 총장 집무실에 들어서자 김 전총장은 대뜸 화를 내며 "박주선(朴柱宣)이가 준건데 읽어보고 (최회장측에) 회개하라고 하세요"라며 문건을 건네줬다.

박씨는 "밖에서 천천히 읽어보라"는 김 전총장의 권유에 따라 부속실로 나와 총장 여비서에게 부탁해 한부를 복사한 뒤 원본은 김 전총장에게 돌려주고 사본을 갖고 나왔다.

박씨는 "총장실에서 갖고 나온 사본을 다시 4부 복사해 2부는 그룹 비서실장에게, 나머지 2부는 자기집과 사무실에 보관했다"고 밝혀 보고서가 최회장 부부에게 건네졌음을 시사했다.

박씨는 보고서 공개 이유에 대해 "며칠전 허위가 진실로 둔갑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서 공개를 결심하고 최회장에게 상의했더니 최 회장은 '옷사건 때문에 곤욕을 치렀는데 또 휘말리지 말자'며 반대했다"며 보고서 공개전 최회장과 상의했음을확인해 주었다.

◇최순영회장 구명 로비최회장은 자신의 외화밀반출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2, 3월께 신동아 회장 비서실장을 통해 박씨에게 "미국 메트로폴리탄 보험사 외자유치를 추진중인데 당신이 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좀 도와달라"고 부탁해 박씨의 승낙을 받았다.

박씨는 이어 지난해 6월께 "밖에 있지 말고 그룹 부회장으로 사무실에서 일을 도와달라"는 최회장의 부탁에 따라 신동아 부회장직을 맡았다.

그후 그는 김 전총장과 청와대 박 비서관, 박지원(朴智源) 당시 공보수석을 만나 최회장의 구명 로비를 벌였다.

김 전총장을 여러차례 만났고 박 비서관도 청와대로 찾아가 2, 3차례 만났으며 박 공보수석도 한차례 만나 최회장의 선처를 부탁했다.

박씨는 김 전총장이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으로 있을 때 한 모임에서 알게됐으며 김 전총장이 대검 중수부장일 때 그의 소개로 중수3과장이던 박 비서관을 소개받았다.

박 공보수석은 국민의 정부 출범후인 작년 3월께 지인의 소개로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 한 인연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씨는 "회장이 검찰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그룹 부회장으로서 아는 사람들을 만나 회장의 결백을 얘기하고, 검찰조사를 받을 경우 신동아의 외자유치에 차질이 빚어지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를 하며 회사 입장을 설명하는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이를 두고 로비라고 한다면 로비"라고 말했다.

박씨는 최회장 구명로비에 100억대 로비 자금이 풀렸다는 소문에 대해 "아는 사람들을 만나 정정당당하게 회사입장을 설명했을 뿐 돈 갖다바치고 하지 않았다. 최회장이 나한테 돈 심부름 시킨 적이 없다. 내가 돈으로 장난을 쳤다면 진작에 미국으로 떠났지 뭣때문에 한국에 계속 머물러 있었겠는가"라며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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