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꼴뚜기 교수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했던가. 근래들어 대학의 위기가 자주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사회로부터 많은 존경과 각별한 관심을 받는 곳이다. 전쟁을 방불케하는 치열한 입시전도 있지만 수많은 연구업적으로 인류에 기여하는 일들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교수라고 하면 일단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그런 선망을 업고 꼴뚜기처럼 망신살만 뻗치는 교수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지난 60년.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전국의 교수들이 계엄하에 시국 수습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4.19 의거에 쓰러진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위하는 모습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때 시민들은 절대적 지지와 박수를 보냈다. 교수라는 안정된 직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것이 너무도 가슴 벅찬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대학에도 그동안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수의 증가와 그에 맞대응하는 질적 저하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고 그 부작용 또한 결코 간단치가 않다. 여기다 정치적으로 이용되었건 아니건 눈에 티 같은 재임용제가 버티고 있으니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라는 철밥통 구조 교수사회도 전만 같지는 못할게다. 대구의 대학가에서도 지난 9월 연구용역비를 착복한 교수들이 철퇴를 맞았다. 서울에서는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예능계 입시에서 일부 음대교수들이 뇌물을 받고 부정입학시킨 사건이 또 불거져 교수가 구속됐다. 이어서 몇몇 공대교수들이 대형공사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건설업체들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고 줄줄이 구속됐다. 지식인 사회에서조차 야만적이고도 도덕불감증에 걸렸다며 개탄의 소리가 높다. 아직은 일부라고는 하지만 왠지 답답한 자위의 목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하기야 옷로비 사건을 보면 우리사회에서 검정이 얼마나 묻혀 있는지 알만하다. 우리사회가 총체적으로 꼴뚜기 신세로 전락되는 기분이다. 야만적인 사회로 되어가는 기분이다. 문명사학자 자크 아탈리는 문명이 후퇴하고 국가가 무너지고 민주주의 제도가 약화되는 곳에서 기승을 부리는 것이 야만성이라고 했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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