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은 현재 국제 철강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비교 우위가 계속되리라는 전망은 불투명하다. 잇단 신기술, 신소재의 등장으로 중후장대(重厚長大)산업의 대명사인 철강업의 입지가 약화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며, 이는 미국.독일 중심의 철강업 역사가 일본을 거쳐 한국.중국으로 대물림되고 있는 현실에서도 알 수 있다.
철강산업 일변도인 포항은 이런 면에서 미래의 경제구조에 대해 지금쯤 한번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섬유도시인 대구가 그동안 산업구조 조정에 소홀, 대구 경제가 홍역을 앓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더 늦기 전에 포항 철강업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을 통해 대체산업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볼 때 포철의 사양화(?) 시기는 대체적으로 20년후 쯤으로 잡힌다.
물론 20년후에도 포철은 갖고 있는 기능상 그 영향력은 포항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지대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포철이 문을 닫지 않는 한 철강업은 여전히 포항 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주력업의 퇴조가 어느 정도라도 불가피하다면 미리 산업전반에 대한 구조조정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포항 테크노파크. 아직 일반인에게는 개념조차 생소한 분야이긴 하나 포항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장기적 대안중 최적으로 평가받는다. 테크노파크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학, 기업, 연구소, 관(官)이 협동으로 조성하는 첨단지식산업체제의 기술집단화 단지다. 대학 또는 연구기관의 고급두뇌들이 창출한 연구결과를 지역에서 상품화시키는 산업으로 보면 된다.
포항지역에 이런 테크노파크 단지조성이 가능한 것은 어느 도시보다 역내에 기술 연구 기반이 탄탄한 것에서 비롯한다. 포항공대를 비롯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철기술연구소, 한동대, 위덕대 등 연구기관과 포철등 기업에 종사하는 과학자가 약 7천여명에 달하고 있다.
포항에 테크노파크 계획이 등장한 것은 영일군과 포항시의 통합에 따라 2011년 목표의 도시기본계획 변경 과정에서 용역을 맡은 국토개발연구원이 어느 지역보다 산.학.연 체계가 잘 짜여져 있는 잇점을 살릴 것을 제안한 것이 계기다.
이후 포항시는 이에 대한 검토를 거치는 한편 포항공대 이전영 교수에게 기본설계 용역을 의뢰해 놓고 있다.
이 안에 따르면 규모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학전.달전리 87만평, 총사업비 4천억원 규모다. 준공되면 400여개 업체가 입주하고 2만여명이 종사하는 거대 단지다. 사업에 소요되는 기간이 20여년으로 잡혀 있어 포철의 사양화가 예견되는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포항시는 우선 시범사업으로 포항공대와 인접한 5만여평부터 개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역경제를 이끌고 있는 시와 포철은 최근 구체적인 합의를 했다.
합의안을 보면 5만여평 단지에는 총 465억원이 투입된다. 사업비는 포철이 포항공대 뒤 5만여평(100억원 상당)부지를 현물로 내는 한편 100억원은 현금으로 출자하며 포항시가 발행한 기채 100억원을 매입하는 조건이다.
또 포항시도 100억원을 현금 출자하고 지역내 대표기업들이 일부분씩 부담한다는 것.
이에따라 포항테크노파크 사업은 연내로 재단법인이 발족되는 등 급속도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중에는 공사에 들어간다는 방침. 계획대로라면 포항 테크노파크 시범사업은 2001년말쯤 준공, 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여기에는 재단본부 및 지원시설, 산학공동 연구시설, 창업보육센터 및 기업동, 연구개발형 기업들이 입주한다.
특히 87만평 단지에는 연구개발 기능은 물론 국제철강대학원, 국제경영대학원 등 교육기능이 들어설 뿐만 아니라 국제회의장, 호텔, 주거 및 상업시설까지 계획돼 있다.
이런 기능들은 2011년 준공목표로 현재 한창 건설중인 영일만 신항과 함께 지역경제 발전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우려되는 문제도 없지 않다. 우선 국내에서 테크노파크가 성공한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 적극적인 사업추진을 주저케 한다. 더욱이 포항테크노파크는 국가 또는 광역자치단체가 사업주체가 된 다른 지역과 달리 기초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사업을 추진한다는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만도가 높다.
포항시가 당초 87만평 개발에서 최근 5만평 시범사업단지 추진으로 선회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영일만 신항 배후에 200만평 규모의 공업단지가 조성될 계획이고 철강공단 제4단지 건설이 곧 착공 예정으로 있어 공장부지가 많다는 점도 부담이다. 공장부지가 남아도는데 과연 테크노파크에 입주할 기업이 그렇게 많겠느냐는 지적인 것이다.
여기에 포항에 기술연구진이 많다고는 하나 과연 총 90여만평을 넘는 단지에 첨단과학기술을 전이해줄 수 있느냐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중의 하나다.
연구진들이 하이테크 산업을 제대로 전수해주지 않으면 테크노파크는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다. 그런면에서 포항에 있는 연구기술진들이 계속해 정보통신 등 첨단과학분야에서 신기술을 창출해낼 수 있을 지가 의문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시와 포철은 보다 면밀히 검토, 대책을 어떻게 수립하느냐가 관건이다.
포항테크노파크는 성공하면 포철이 이룬 포항경제를 다시한번 도약시킬 것임은 분명하다.
포항.崔潤彩기자
--이구택 포철사장
테크노파크 사업에 모두 300억원을 부담키로 한 포철 이구택 사장은 "일단 닻을 올리게 된 만큼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테크노파크 재단 출연금은 언제 어떤 형식으로 전달할 것인가.
▲아직 포항시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이 없고, 따라서 포철 내부의 이사회 심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여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식요청이 오면 시기와 방법을 시와 협의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
-포항시는 재단 자본금 500억원중 부족분 100억원을 지역업체를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포철을 제외한 계열사의 동참여부는 어떻게 되나.
▲현재 포철 본.계열사는 책임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이 문제는 모기업(포철)이 동참여부를 지시할 사항이 아니다. 계열사 스스로가 경영여건을 고려, 기금출연 여부를 결정할 사안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테크노파크 사업의 성공여부에 대한 포철의 전망은.
▲철저히 준비하고 상황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면 충분히 승산있는 사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테크노파크 사업은 포항시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모든 시민 및 이 사업에 관련된 구성원들의 성공에 대한 확신과 협력하겠다는 자세가 필수조건이라고 본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해야할 사업에 기업이 너무 깊이 개입하는게 아니냐는 일부의 원칙론적 시각에 대한 견해는.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또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경제 발전방안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판단한다. 포항.朴靖出기자
--정장식 포항시장
정장식 포항시장은"포항은 인적.물적 자원이 충분한 천혜의 테크노파크 적지"라며 성공을 확신했다.
-시범사업으로 5만평을 신규 조성한다면 지난 몇년동안 추진한 87만평 테크노파크 계획은 그동안 시간과 경비만 지출한 것이 아닌가.
▲사업성 분석을 하지 않은 오류가 있었다. 테크노파크 사업은 시작단계엔 그리 큰 부지가 필요없다. 5만평부터 추진하고 그후 87만평을 개발하겠다.
-시가 200억원을 테크노파크 재단법인에 출연키로 했는데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100억원은 포철이 시채를 매입키로 약속, 문제가 없다. 나머지 100억원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 지방채를 발행, 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할 계획이다.
- 전국적으로 테크노파크가 성공한 예가 별로 없지 않은가. 더욱이 포항은 국가 지원대상 사업도 아닌데.
▲성공을 100% 확신한다. 가장 중요한 재원문제도 해결됐고 포항에는 그 어느곳보다 산학연 협동체계가 잘 이루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는 상황이 다르다. 국가지원도 건의할 방침이다.
- 테크노파크의 효용가치는.
▲시범단지 5만평안에 200여개 기업을 입주시킬 계획이어서 1만여명의 신규 인력 고용 효과가 창출된다. 87만평 단지까지 개발되면 연간 수천억원의 연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포항테크노파크는 내일의 포항경제를 책임질 것으로 확신한다.
포항.崔潤彩기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