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실시한 모 일간지의 조사통계에 따르면 지난 천년 동안 20세기 인류의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사상가는 칼 마르크스이고, 20세기 최고의 인물은 레닌이며, 20세기 최대의 실패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다. 마르크스는 영광스럽게도 천년 동안 최고의 사상가로 꼽혔으나 그의 사상과 철학에 토대를 둔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불행하게도 20세기 최대의 실패작으로 평가되었다. 어쩌면 20세기 70년은 첨예한 이념대립을 가져오게 했던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빛과 그늘이 교차하면서 짜여진 역사였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우리에게 그 그늘은 깊은 한으로 드리워졌다. 해방을 맞아 나라 잃은 설움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우리 민족은 분단의 길로 들어섰고, 그 길은 참혹한 전쟁으로 이어졌으며,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던가? 그리고 오랫동안 남북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념을 앞세워 장벽을 쌓고 서로를 적대했을 뿐만 아니라 각자의 체제유지를 위해 폭력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이 어이없는 이념대립은 20세기 후반기 우리의 삶에 씌워진 멍에와 같은 것이었다. 80년대 말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로 사회주의는 하나의 실패한 이념으로 평가되면서 역사 속으로 후퇴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명 사회주의는 실패한 프로젝트였다. '견고한 모든 것은 대기 속에 녹아버린다'는 마르크스의 명제가 스스로의 운명을 예견한 말인 것 처럼 사회주의 이념은 그 힘을 상실하고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하지만 '견고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지니고 있는 진정한 의미는 영원히 살아 남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주어진 여건을 부단히 바꾸어 보려는 변화에 대한 인간의 의지로서, 유토피아를 향한 꿈이고 희망이기 때문이다. 변화를 꿈꾸는 것은 인간의 삶을 훼손하는 모든 것에 대한 감시와 저항이기에 매우 소중하다. 그러나 그 변화는 언제나 인간적인 것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신재기(경일대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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