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견시인들의 시집이 잇따르는 가운데 부산의 허만하·강은교씨, 광주의 김준태씨, 목포의 허형만씨 등 지방에서 활동하면서 독자적인 시세계를 일궈낸 중진·중견시인들의 새 시집이 겨울 초입에 나란히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
이들의 시는 절대고독, 허무와의 대결, 공동체적 삶의 이상, 남도적 서정 등 그 빛깔이 서로 다르지만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데로 이끄는 견인력을 지니고 있어 주목된다.
허만하씨가 30년만에 펴낸 두번째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솔출판사 펴냄)는 문명과 역사에 대한 혜안과 사물에 대한 그윽한 감식안, 자유분방한 정신을 보여준다. 그에게 최근 박용래문학상을 안겨준 이 시집의 작품들은 강렬한 투시력, 원시적 생명력, 우주 운행의 질서와 인간의 질서 사이의 관계를 첨예하게 떠올린다. 그는 깊은 영혼의 상처의 육화를 통해 끝없는 동경으로 치닫는 절대고독의 세계를 길어올리기도 한다.
강은교(동아대 교수)씨의 여덟번째 시집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문학동네 펴냄)는 깊은 단순성이 빚어내는 시의 비의성과 황홀경을 펼쳐 보인다. 순수 허무와 대결하는 강렬한 의식을 비의가 충만한 시어로 연금해 독자적인 시세계를 구축한 강씨의 근작들은 허무와 남루한 삶에 대한 긍정이 함께 있음을 병렬적으로 제시하면서 더욱 깊고 풍성한 비의성을 떠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시편들은 조용하게 켜든 '등불 하나'처럼 다가오며 삶을 경건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김준태씨의 아홉번째 시집 '지평선에 서서'(문학과 지성사 펴냄)는 개인적 삶의 터전에서 공동체적 삶의 이상을 겨냥하는 특이한 정서를 펼쳐낸다. 인간의 역사가 숨쉬는 '지평선에 서서' 밭의 이야기, 흙의 책들을 펴놓으면서 새로운 역사의 불씨와 씨앗을 찾아나서는 그의 시들은 땅과 하늘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꿈꾸기로 읽히기도 한다. 그의 '밭'의 상상력은 다채로운 생명을 노래하면서 현실 문제를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허형만씨의 아홉번째 시집 '비 잠시 그친 뒤'(문학과 지성사 펴냄)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아름다움·순박함 등을 맑은 서정으로 그리고 있다. 시인은 남도의 풍광을 배경으로 있는 것들을 통해 없는 것, 보이지 않는 것, 어슴푸레한 것들까지 들여다보려고 하며, 그것에 가까이 다가서기도 한다. 그는 '시'라는 작품에서 '스스로를 태우고도/남는 게 있다면 그것마저 버려야/비로소 우리 가슴에 뜬/생명의 별 하나'라고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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