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여권의 정면돌파?

옷로비 사건은 한다하는 여인네들의 앙큼한 거짓말에서부터 이스트를 넣은 식빵반죽처럼 의혹이 부풀려지기 시작, 마침내는 신동아 로비까지 번져 정권차원의 도덕성이 비판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판받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 정권담당자들의 대처하는 양상이 항상 꼴찌를 벗어나지 못할만큼 허둥대고 있는 것. 서울 등 대도시의 아줌마들은 일찍이 이 사건을 나름의 식견을 바탕으로 명쾌하게 이해했고 그 다음은 시민단체, 그 다음은 수사를 촉구하는 야당, 뒤이어 '사모님'보호작전인지 진실캐기인지 분간도 못할 검찰수사, 마지막이 여권의 대응처방이었다. 게다가 처방이란 것도 내용은 도마뱀 꼬리자르는 식에 다름 아니다. 점잖은 말로 읍참마속(泣斬馬謖) 운운하는 모양이지만 당초 제갈량이 마속을 벨때는 소리없는 눈물(泣)로 그 슬픔과 함께 군령을 어긴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지금의 여권이 마속으로 지목하고 있는 김태정·박주선씨는 어떤 심정으로 검찰의 소환을 기다릴까. 마속은 군사(軍師)제갈량의 처분을 흔쾌히 납득했지만 복잡한 행정체계와 권력속성이 지닌 말 못할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았을 김·박 두 사람의 심증도 과연 마속과 같을지 모를 일이다. 여권은 이제와선 누구에게 질세라 '검찰은 어떤 성역도 설정하지 말고 전모를 국민앞에 철저하게 밝히라'고 정면돌파를 외고 있다. 시민단체가 전후 8차례에 걸쳐 신동아로비를 체크하라고 촉구하고 박시언씨가 검찰을 들락거린다는 제보까지 했지만 끝내는 '하늘은 너무 멀고…'하며 말문을 닫은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이젠 모두 '다른 이는 몰라도 난 로비와 무관'하다며 손을 훼훼 젓기에 바쁘다. 아무래도 김태정·박주선씨보다 윗선의 로비 연루자가 있을 것같은 느낌이다. 돼 나가는 양상이 그런 쪽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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