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거대한 失望의 나라

올 하반기 들어 고학력자들의 이민이 갑자기 늘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이는 분명 우리 사회전반에 퍼져있는 실망감과 무관하지 않다. 씨랜드 화재, 인천 호프집 화재등 하루를 멀다하고 터지는 사고는 물론 옷로비, 파업유도, 언론장악문건, 6 3재선거관련문건, 서경원사건등 갖가지 사건은 정말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짜증나게 했기 때문이다.

이외도 국민을 불안케 하는 요인은 또 있다. 그것은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과 함께 몰아닥치고 있는 가치의 혼란이다. 그러찮아도 신자유주의다, 정보화다, 세계화다 불확정성의 시대다 하여 기존의 가치체계를 뒤흔들어 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경원씨는 북한에서 받은 공작금은 통일자금으로, 자신의 북한에서의 활동은 통일운동으로 당당하게 주장하여 일반국민에는 무엇이 정의인지 모르게 하는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논리라면 모든 간첩은 모두 통일운동꾼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불안 문제는 씨랜드 화재사건이후 필드하키 국가대표 선수였던 부모가 이민을 가겠다고 한후 인천호프집 사건이 터지자 "아직도 사고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와 공무원 밑에서 둘째마저 살게 할 수는 없다"는 절규에서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게다가 범죄발생률등에서도 우리나라는 국민에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민을 떠나는 이유도 지금까지는 자녀의 교육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었으나 요즘은 사회불안과 각종 정치적 의혹등이 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의 정치역시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지 못하고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우리정치를 나타내는 단어는 언제나 정치부재, 대결정치, 전쟁정치등으로 극단의 정치만 보여주었다. 게다가 고소과 고발 그리고 폭로만 판치는 이상한 정치풍토였다. 민주주의 하는 나라이면서도 반대나 비판은 반개혁적이거나 비민주적 또는 기득권세력의 반발로 매도 되기 일 쑤였다. 대화와 토론이 없는 이상한 민주주의 나라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개혁이라고 하면서 무엇하나 속시원히 밝혀지는 것도 없었다. 언론장악문건사건이 터지자 기자들의 짓거리로 격하시켜 버리고 6 3재선거관련 국정원 개입자료가 터지자 이는 국정원 의전비서관의 개인 문건으로 치부해 버리고 옷로비사건이 터지자 실패한 로비로 규정해 버리는 독주와 독선을 보여주었다. 국민의 인식과는 너무나 엉뚱한 결론들이다. 거짓과 술수로는 영원히 국민을 속일 수도 또 국민을 설득 시킬 수도 없다.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주었을 뿐이다. 유일하게 성공했다는 경제 역시 개혁이후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해 불안을 주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엇하나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는 안개사회에서 국민은 무엇을 기대하고 또 희망을 걸며 살겠는가. "보다 안전하고 예측가능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라든지 "이러 사회에서 더 이상 살 필요가 있는가"하는 이민자들의 고민을 그냥 배부른 타령으로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의 성공 하나만으로 국민을 안심시킬 수는 없다. 정치 사회등 모든 분야에서 정상을 회복해야 국민은 안심할 수 있다. 정치에서는 정치를 있게하고 사회에서는 안정을 있게 해야 한다.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정치를 해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