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축이야기(22)

▨건축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하는가?

우리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덥고 추움에 따라 생활방식이 다르고, 자연의 모습이 수려하고 황량한데서 인간의 생각이 다르게 느껴진다.

대체로 인간의 사고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서 형성되고 변화되며 이를 통하여 지역과 민족마다 독특한 우주관이 형성되게 된다.

우리 인간이 수세기를 살아오며 세계상(世界像)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본질(Noumenon)은 무엇이고, 또 현상(Phenomenon)은 무엇인가에 따라서 문화권의 고유한 생활과 사상, 그리고 건축관을 갖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문화적 시각으로 나타나게 된다.

대체로 동양에서는 일원성(一元性) 또는 전일성(全一性)의 사상인 반면 서양에서는 사물을 이분법적으로 보아 이원성 또는 대상성(對象性)의 사상으로 형성되어 왔다.

서양인들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겨 수 많은 자연파괴로 인하여 지구의 사막화, 온실화 그리고 황폐화를 전개시키고 있다. 우리 인류는 이것을 보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과제이다.

그래도 서양에서는 지속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고자 과학과 기술을 개발하여 산업혁명을 이루어 산업사회를 주도하게 되었고 동양을 힘으로 식민지화하였다.

동양은 식민지가 된 연유를 과학과 기술에서 찾게 되고, 과학과 기술의 상징인 서양의 물질문명을 본받게 되므로 동양의 정신문화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로 인하여 현대사회는 서양이 주도하는 세계역사로 이끌려 가게 되며, 우리 건축도 서양건축을 아무런 여과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나 서양이 이끄는 사상체계로 인하여 현대사회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물질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욕망이 극에 달하여 정복의 무기로 개발한 핵(核) 속에서 전 인류가 공포에 떨고 있다.

바로 새 시대를 맞이하는 이때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되고 조화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동·서양 건축이야기

인간의 감각에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다섯 가지의 기관이 있는데, 이것은 민족이나 문화권에 따라 그 어느 감각이 다른 감각보다 더 발달하고 덜 발달하는 현상이 있다. 수려한 산수를 배경으로 하고 춘하추동이 순환하는 몬순(Monsoon)성 기후지대의 동양인들은 일찍부터 정착하여 농경생활을 영위하면서 전일적(全一的) 사유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서 발달하는 감각은 촉각과 미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촉각기관의 발달로 촉각문화적 생리가 일어나며, 이로 인하여 좌식생활을 하게 된다.

반면에 서양인들은 광활한 초원을 배경으로 뛰어다니고, 활동적으로 이동생활이 영위되면서 시각을 통한 원거리 감각기관이 발달하게 되며, 반면에 접촉거부의 생리적 현상으로 입식생활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독특한 문화권 형성에 따라 인간의 사고체계가 다르듯이, 집(家)이라는 공간구성의 의미도 다르게 나타난다. 여기에서 집이라는 의미를 한국적으로는 원효의 체(體)-용(用)-상(相)의 세계관과 서양적으로는 비트루비우스(Vitruvius)의 강(强)-용(用)-미(美)의 세계관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한국적 집의 의미에서는 원효의 체-용-상의 원리에 따라 인간과 공간의 관계를 동체이면(同體異面: 하나에 두가지의 다른 면)으로 보았으며, 반면에 서양에서는 비트루비우스의 강-용-미의 원리에 따라 인간과 공간의 관계를 이체이면(異體異面)으로 보아 시대별로 건축의 형성과 양식이 다르게 변모되어 왔다.

고대로 동양에서는 하늘(天)은 원(圓,O)이요, 땅(地)은 방(方,□)이요, 사람(人)은 각(角,△)이라고 생각하여 천지인의 사고에서 원효는 체-용-상의 카테고리로 세계관을 만들었다.

이런 공간구성원리에 따라 인간의 주체적 의식(體)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형상적 환경(相)과의 상호작용으로 인간의 작용적 형태(用)가 일어난다고 한국인들은 생각하게 됐고 이에 따라 살아 숨쉬는 집을 만들게 되었다.

반면 서양에서는 신이 인간과 우주만물을 창조하였다는 이원사상에서 비트루비우스는 강-용-미의 카테고리로 건축관을 형성하게 되었다. 서양건축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건축물을 대상적인 조형물로 해석함으로써 어느 시대는 로고스적으로, 어느 시대는 파토스적으로 건축양식이 나타나게 된다.

여기에 나타난 동·서양 건축의 우위성을 논하기 보다 문화권의 형성에 따라 사고의 체계를 재정리하고, 민족의 전통성을 보존하면서 일방적으로 서구건축의 논리대로 끌려가는 것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특히 21세기를 맞이하여 컴퓨터의 출현과 인터넷 보급으로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변화하여 온 우주가 한 지붕아래서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건축공간의 의미와 현대건축의 해석도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때에 원효의 교훈이 새 시대를 맞이하면서 문명의 논리에 의해 문화의 개념이 억압받지 않는 새로운 건축문화의 패러다임을 던져주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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