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새천년맞이행사 유감

새천년은 인류에게 희망과 행복을 약속하는 시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마찮가지다. 그러나 서력기원(西歷紀元)을 쓰지않는 회교국가나 왕의 연호를 쓰는 나라들은 새천년이란 말이 그렇게 어마어마한 세계적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건국이후 상당기간 단군기원(檀君紀元)을 쓴 적이 있고 지금도 음력(陰歷)원단을 새해의 시작이란 뜻을 가진 '설'이란 이름의 명절축제행사를 가지는 우리의 민족풍속으로는 다소 어색한 데가 있다. 서세동점(西勢東漸)이후 서구세력의 세계지배를 완성해가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도하는 이른바 글로벌리제이션(세계화)시대는 세계도처에서 벌어지는 새천년맞이행사가 그 절정을 수놓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도 정부차원에서 새천년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어제 이어령위원장이 발표한 새천년맞이 대축제 계획을 보면 새천년의 번영과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를 한껏 담은 현란하고 다채로운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잔치로는 속속들이 기쁨이 우러나오겠나도 싶지만 기왕 큰 의미를 부여한 행사라면 성공적이고 만족스러워야할 것이다. 더욱이 세계각국에선 새천년맞이 행사가 범인류적인 희망의 축제란 측면외에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돈벌이행사로서 특수를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고 보면 우리도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은 사업인 이상 꿩먹고 알먹는 행사로 성공시켜야겠다. 관광객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이번 축제는 전북의 변산반도, 서울 광화문과 아셈빌딩, 인천국제공항, 제주 성산일출봉이 가장 볼거리가 많고 예산도 가장 많이 투입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돋는 섬인독도와 육지의 경북 포항 호미곶은 고작 햇빛채화와 일출행사를 하는 6개지역중의 하나로 선정됐을 뿐이다. 철도청이 운행하는 새천년 해돋이 열차에서도 호미곶이 소외된 것은 새천년의 대구.경북으로는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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