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애틀 WTO회의 한국 전략

세계무역기구(WTO) 시애틀 각료회의에 임하는 한국의 협상 전략이 임.수산물에 대한 별도 협상 그룹 구성제안 철회를 계기로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앞으로 3년간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우리의 전략이 노출되면 향후 협상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다는 점에서 협상전략의 절대 비공개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과를 살펴보면 가장 기본적인 협상원칙은 바로 WTO에서 소외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 WTO 135개국중 134개국이 찬성하고 1개국이 반대하는 상황이 빚어진다면 1개국은 134개국에 동조하거나 WTO를 탈퇴할 수 밖에 없는 양자택일의 곤경에 빠지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가장 힘이 센 국가 또는 국가별 그룹에 우리나라 요구를 끊임없이 반영시켜 국제사회에서 따돌림 받지 않는다는 협상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왕따 피하기'인 셈이다.

임.수산물에 대한 별도 협상그룹 구성 제안을 전격 철회한 것도 왕따 피하기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되고 있다.

외교부는 임.수산물에 대한 별도 그룹 구성을 제안할 나라가 일본과 한국 등 2개국 밖에 없어 철회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드러내 놓고 밝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유럽연합(EU)과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의 연대 전선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이 추진중인 농산물 수입국 의원 연맹 창설 추진 과정이나 최근 김성훈(金成勳) 농림부장관이 유럽 국가 농산물 장관들과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이와함께 성패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의 협상 경험도 이번 시애틀 회의에서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당시 농업부문 개방에 대해 일본은 수입 개방을 하되 낮은 관세율을 관철시켰고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감수하면서 시장개방을 반대해 2004년까지 쌀 시장개방 유예를 인정받았다.

끝까지 모험을 시도한 결과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는게 이번 대표단의 자평이다.그러나 시애틀 회의에서는 이같은 모험주의적 대결은 아마도 없을 것으로 협상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쌀 시장 추가 개방에 대해서는 2004년까지 당연히 개방을 유예받은 '당연한 권리'인 만큼 특정 국가의 지적이 나오더라도 의연하게 묵살 한다는 전략이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협상 전략을 공개할 수 없지만 상황을 여러 단계로 분석한 시나리오를 마련, 관련부처와 협의해 단계별 대처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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