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시어미 죽는 날도 본다'고 했다. 요즘같은 세상에 시어머니 돌아가시기를 축수(祝手)하는 못된 며느리야 없겠지만 매운 시집살이를 했던 옛날 며느리들에겐 시어머니의 부음은 눈앞이 일시에 트이는 공짜성 낭보였을 것. 유행가 자락에서나 나오던 '돈벼락'이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 정말로 떨어져 모든 사람들의 심사를 어리둥절하게 하고있다. 옛말에 '공것 바라기는 무당서방'이라지만 솔직히 무당서방 아니라도 요즘같이 빡빡한 살림살이에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공것이 싫을 리 없겠지만 이건 느낌이 좀 황당하다. 주차장에 차를 대기위해 살피고 있던 30대청년에게 40대후반의 남자가 다가서 '요즘 세상 참 살기 힘들죠'하고 불쑥 내민 생수상자속에 현금다발과 수표 등 552만1천500원이 들어 있었다는 보도다. 더구나 상자를 내민 사람은 어리둥절해 있던 청년에게 '아무 이상없는 물건이니까 가져가세요'라고 말한 걸 보면 상대가 장물로 의심할 소지를 미리부터 알고 있었음을 얘기해준다. 경찰 역시도 1만원권 지폐 등 즉시 사용 가능한 현금을 준것은 범죄관련 자금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하고 있다. 신고자는 경찰에서 '도무지 알 수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든 저렇든 경찰에선 수표추적 등을 통해 범죄와의 관련 여부를 챙기겠지만 만약 범죄와 관련있다면 쫓기는 범죄인심리와 연결할 때, 굳이 이해못할 것도 없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이 현상을 정말 어떻게 봐야할 지 심리학자들의 연구논문대상이 되고도 남을 법하다. 아무튼 해괴한 세상이다. 후배기자가 선배기자를 취재하고 후배검찰이 검찰총장을 수사하는 가치파괴의 세상에 살고있는 탓일까. 웃어 넘기기엔 너무나 테마가 무겁다. 경찰이 하루빨리 이 돈을 파악하는 것이 무당서방의 양산을 줄이는 길이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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