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 팔각산

영덕은 지금 제철 만난 대게로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입맛을 다시며 먼길을 마다않고 달려오고 있다. 그곳에 또 하나, 팔각산이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팔각산은 뿔같이 솟은 여덟개 암봉이 정상까지 이어지는 6백28m의 나지막한 산에 불과하지만 가볍게 올랐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급경사를 이루는 암벽코스가 곳곳에 도사려 어린이 손목만한 밧줄을 잡고도 진땀을 빼야하는 등산로가 적지않다. 밋밋한 산행에 싫증을 느끼는 등산객에게는 짜릿한 쾌감마저 안겨준다. 〈산행안내도 참조〉

그런데도 팔각산을 오르는 이가 많지 않다. 외지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많은 사람들이 옥계계곡만 보고 되돌아간다. 물론 옥계계곡의 맑은 물과 경주 손씨 종택 아래의 침수정이나 병풍바위·구슬바위도 구경거리다. 이것만 보고 발길을 돌리기에는 팔각산이 너무 아쉽다.

영덕읍에서 안동방면 지방도를 따라 90일재를 넘어 첫 삼거리에서 좌회전, 옥계계곡과 달산면 쪽으로 오십천을 따라 무지개숲 쉼터를 지나면 멀리 팔각산이 보인다. 영덕읍서 30분쯤 걸린다. 경주손씨 종택을 지나 옥계1교를 넘자마자 달산면 도전리며 오른쪽에 주차장이 나타나고 팔각산이 버티고 있다. 정상까지 2.6㎞, 하산길 1.9㎞로 왕복 2, 3시간정도 걸린다.

팔각산 산행은 첫 걸음부터 숨이 가빠진다. 개울 건너 암벽에 설치된 1백8개 계단의 철제사다리가 첫 코스부터 등장하고 제1봉까지 가파른 산길이 20여분간 계속된다. 제2봉까지는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그러나 제3봉부터 정상인 제8봉을 제외한 제7봉까지는 오르막 내리막 암벽길을 밧줄에 의지한 채 올라야 한다. 올들어 군에서 바위에 쇠를 박아 밧줄을 연결해 놓았지만 워낙 급경사의 코스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또 3봉아래서 험한 암벽코스(오른쪽)와 평탄한 등산길(왼쪽)로 나눠지는데 본인의 체력조건을 따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제4봉에 오르면 동해바다가 아스라이 보이고 제5봉부터는 삼사해상공원과 주왕산줄기, 강원도 동강처럼 굽이쳐 흐르는 옥계계곡의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제6봉에서 제7봉의 꼭대기 벼랑위 등산객을 바라보면 아찔한 현기증과 함께 한폭의 사진이나 영상같다는 환상에 빠진다. 7봉서 10분쯤 더가면 정상인 제8봉으로 사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겨울바람이 더욱 차게 느껴지고 손끝이 시려온다. 굴참나무 군락 사이로 하산하는 길은 오를 때와는 달리 험하지는 않다.

산행을 마치고 영덕읍내를 구경하면서 맛보는 대게는 말해 무엇하랴. 한때 TV드라마의 촬영장소가 되면서 관광명소로 한몫 본 영덕은 지금 대게가 지천이다. 그러나 가격이 만만치않다. 큰 놈은 마리당 8~10만원선에 거래되고 중간치는 3~5만원하며 작은 대게는 1~2만원선. 진정한 미식가라면 굳이 크고 비싼 대게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주민들의 충고다. 주차장 옆 팔각산장이나 경주손씨 종택옆 옥계덕성식당의 닭백숙요리같은 산촌음식도 괜찮다.

산행문의 (0564)734-2121(영덕군청 박서환 산림보호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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