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초 문건 출처 놓고 입씨름

김태정(金泰政) 전검찰총장과 박주선(朴柱宣) 전법무비서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3일 대검 중수부 11층 조사실은 밤새 불을 밝혀,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조사는 주임검사인 박만(朴滿)감찰1과장과 수사팀 중 선임자인 정성복(鄭成福)검사가 각각 맡아 선배들을 상대로 고강도 신문을 벌였다.

수사 관계자는 "(두사람이) 진술을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검사들이 원하는 방향의 진술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수사 베테랑들을 상대로 진행되는 조사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이에 앞서 김 전총장은 소환직후 신광옥(辛光玉)중수부장을 만나 '후배검사들을 힘들게 해 정말 미안하다'며 괴로운 심정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중수부장실을 나서 11층 조사실로 향할 때의 충혈된 눈과 심각한 표정으로 미뤄 뭔가 심각한얘기가 오갔음을 짐작케 하기도 했다.

오전에 소환된 김 전총장은 곰탕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저녁은 수사팀이 주문한 도시락으로 박 전비서관과 각각 해결한 뒤 조사실에서의 밤을 지샜다.

수사 관계자는 이날 김 전총장과 박 전비서관의 '조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없었지만 수사검사들의 판단에 따라 필요하다면 대질도 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한편 1일 오후 압수수색 직후 불려온 사직동팀 반장 정모경감은 48시간을 거의 채운 이날 오후 귀가조치됐으며 2일 소환된 최광식(崔光植) 경찰청 조사과장도 중수부에서의 이틀째밤을 맞아 갈 길이 바쁜 검찰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당초 김 전총장이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최초 보고서 추정문건의 출처를 놓고 장시간 입씨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수사 관계자는 출처 확인 여부에 대해 "진행 사항인 만큼 성과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진술 내용을 일절 함구했으며 "허용된 시간 안에 보고서 부분에 대한 진실을 확인하려고 검사들이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외압설 조사 여부와 관련, "보고서 2개와 관련된 부분을 확인하기에도 벅차다"고 밝혀,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암시했다.

◎…검찰은 박 전비서관의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내부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업무상 협조관계가 긴밀한 검찰총장에게 내사결과 무혐의 처리된 사안에 대한 조사결과를 전달한 것이라면 달리 봐야되지 않겠느냐"며 처벌불가론을 제기했다.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은 이날 잡혀 있던 대구지검 순시 및 김천지청 준공식 참석 일정 때문에 하루종일 청사를 비웠다.

이를 놓고 "직전 총장 소환을 맞는 불편함을 피해 출장 일정을 잡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박 총장은 오히려 기존의 일정을 축소, '당일치기'로 다녀와 이날 밤 수사상황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예우를 갖춘 담담한 질문에 이어지는 떨리는 대답.

3일 대검 11층 중수부 조사실에서 이뤄진 김태정 전 검찰총장의 소환조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오전 10시30분께 청사 로비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총장은 7층 신광옥 중수부장실로 직행, 커피를 마신 뒤 곧장 이종왕(李鍾旺)수사기획관의 안내로 11층 조사실로 향했다.

신 부장은 수사기획관과 함께 상석을 비워둔채 김 전장관과 임운희(林雲熙)변호사를 마주보고 앉아 15분간 인사를 나눴으나 어색한 분위기는 어쩔수 없었다.

조사는 수사팀 4명 가운데 주임 검사인 박만 감찰1과장이 맡았다.

박 과장은 김 전총장과 별 인연이 없다는 이유로 주임검사가 됐지만 까마득한 후배 검사로서 직전 총장을 조사해야 하는 부담에 밤잠을 설친 것으로 전해졌다.

목례와 함께 조사실에 들어선 박 과장은 예우를 갖춰 조사 첫머리에 확인하는 인적사항은 묻지 않았으나 '장관님'이라든가 '총장님'이라는 호칭은 생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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