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화산면 연계리 나자렛집(원장 배명숙수녀)은 산속 깊이 자리잡은 무연고 부랑인들의 보금자리. 정신.지체장애인인 수용자 320여명과 수녀 10여명이 살고 있다.
3일은 한해중 가장 큰 행사인 김장 담그는 날. 배추 4천포기가 산처럼 쌓여있다.사방이 어둡고 고요한 새벽 3시 전부터 식당쪽에선 벌써 움직임이 부산했다. 수용자중 몇명이 일찌감치 나와서 전날 절여놓은 배추를 꺼내 작업대에 올려 놓느라 야단법석이다. 이들 장애자들은 수녀들이 3시30분부터 일어나 일을 하기전에 자신들이 미리 일을 해치우겠다는 작심을 한 것. 수녀들은 여자봉사자들이 남편 퇴근전에 귀가할 수 있도록 미리 작업준비를 해두기로 했던 것이다.
덕분에 준비작업은 일찍 마무리됐다. 장애자들도 무엇인가 했다는 듯 흐뭇한 표정이다.
오전 9시를 넘자 봉사자들이 속속 들어왔다. 예수성심시녀회서 운영하는 시설인 만큼 영천 신녕등 가까운 성당의 여성신자들이 먼저 도착해서 곧바로 앞치마를 두르고 배추 속 넣는 작업에 나섰고 이어서 포항 장성동. 경주 황성. 대구 만촌성당 봉사팀들도 가세했다. 또 대구 동구자원봉사단 청통적십자부녀회등 일반 봉사자들도 달려왔다. 이렇게 모인 여성봉사자들이 60여명.
팔을 걷어붙인 수녀들과 함께 이들 봉사자들은 배추나르기 양념만들기 속넣기 무우썰기등 김장일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일손이 모자란 쪽엔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뛰어갔다. 만만찮은 김장작업이 예상보다 빠른 오후 4시쯤 끝났다.
각지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 수용자들 목욕을 시켜주거나 빨래 청소등 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들. 전날 배추 절이는 작업에도 30여명의 봉사자들이 찾아와 거들었는데 이중엔 인근 육군비행단의 군인들도 있었다.
이날 나자렛집을 처음 찾은 최임숙(49 만촌성당 봉사팀장)씨는 "이런 외진 곳에도 봉사자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올 줄 몰랐다"며 "작은 사랑나눔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며 흐뭇해 했다.
자원봉사자들을 배웅하고 돌아선 황수산나 총무수녀는 "자원봉사자들의 작은 정성, 작은 땀방울이 이곳에선 큰 힘이 된다"며 겨우살이 대역사인 김장을 무사히 마친데 대해 안도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황수녀는 또 부족한 난방비가 걱정이다.
영천.金才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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