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석냥 닷푼 국회

돈에 눈이 가리면 삼강오륜도 석냥 닷푼으로 읽힌다질 않는가. 바삐 골머리를 싸고 밤새도록 예산을 짜도 빠듯할 뿐인 우리 국민들 살림이다. 그 살림살이 구조를 놓고 국회 예산결산위가 해대는 꼴들이 가관이다. 허울 좋은 선량(選良)들이 삿대질 하며 늘어 놓는 육담(肉談) 속에 국민들 가게는 쪼그라들고 찌들어만 간다. 어저께다. 집권당인 국민회의의 두 의원이 야당인 한나라당 이모의원을 회의장 밖 로비로 불러 맛좀 볼래로 시작해 결국은 육두문자로 끝을 맺은 사건이 터졌다. 이유는 경상도 출신인 이의원이 전라도 예산, 그 중에도 광주 산업단지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며 서너차례나 삭감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사건이 터지니 예산심의가 될 턱이 없다. 덩달아 국민들 살림살이도 터질 수 밖에 없다. 집권당 의원이 보여 주고 싶었던 맛이 어떤 것인지는 알턱이 없지만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물 먹은 파래김 처럼 축 처진 어깨 너머로 어느새 다가온 선거철을 떠 올린다. 근거없는 유언비어들이 철새떼 처럼 몰려와 정치판을 뒤덮을 것이다. 지역감정이라는 소리를 또 신물 날 정도로 들어야 하고 한 쪽에서는 이를 부추기는 망국적인 발언은 하지 말자고 야단일 것이다. 여야는 총재들을 앞세워 초당적으로 지역감정을 새김질하는 언동을 삼가자고 또 결의하고 할 것이다. 병주고 약주는 정치인들. 지역감정이라지만 솔직히 동서갈등이다. 어떻게 양 지역 집단의 정서가 그리도 맺혀 있는가. 오죽하면 그날 로비에서도 전라도와 조상때부터 무슨 원수 졌느냐는 소리까지 나왔을까. 이 정도면 막말이나 마찬가지다. 금배지를 달고 한 말이니 여간 마음먹고 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폭언의 범주를 벗어난다. 사내 못난것 집안에서 큰 소리 치고 양반 못난 것 장에 가서 큰 소리 친다더니 국회의원 못난것은 회의장 로비에서나 큰 소리 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의회정치 풍토다. 의원의 정책질의가 마땅찮으면 당연히 그 회의장에서 꼼짝없이 반박해야지 왜 로비인가. 어사는 진어사 보다 가어사가 더 무섭다고 했다. 정말 무서운 의원들이다. 새로운 세기도 새로운 천년도 아랑곳없이 오로지 내년에는 총선뿐이라는 시각의 선량들만 우굴거리는 국회. 그저 석냥 닷푼의 국회가 서글프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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