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번역계의 활성화를 위해 최근 출범한 한국번역학회 수석부회장 유명우(60.호남대 인문대)교수는 스스로 '번역 전도사'를 자처한다. 번역 연구와 교육이 전무한 우리 현실에서 '번역학'의 보급과 우수한 번역가 양성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언어시대에 모국어와 자기 정체성을 지키고 확인하는 방법은 번역의 활성화 밖에 없다"고 지적한 그는 번역이라는 여과장치가 없을 경우 시시각각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 문화와 문물, 정보로 인해 결국 문화식민지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그가 번역사업에 발벗고 나선데는 번역이 한 나라의 어문정책의 최종목표가 될만큼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국민이 한국어로 세계의 문화와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한 그는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번역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며 번역에 대한 인식전환을 채근한다.
"오늘날 서구 문명의 토대는 중세 이후 각기 다른 언어를 상호 번역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 유교수는 번역이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만큼 큰 위력을 갖고 있다고 단언한다. 현재 한국번역장려기금은 6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부끄러운 수준. 이에 비해 일본의 어문정책은 좋은 사례다. 일본은 '일본어로 과거의 기록과 정보나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정보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 번역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의 어문정책에서 번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만큼 큰지를 말해준다.
"제대로 된 번역은 한 국가의 정신적, 문화적 토대를 튼튼하게 해줄만큼 파급효과가 크다"고 강조한 그는 선진국들이 왜 번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교수는 번역의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체계적인 번역교육과 투자, 제도구축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각 대학에 번역학 강좌가 개설되는 추세라고 소개한 유교수는 대학의 '교양영어'과목이 '번역기초교육'으로 전환되고, 대학의 교수업적평가에 있어 논문뿐 아니라 번역이 중요시되고 제도화되는 것도 번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정책적인 뒷받침이 중요하다는게 그의 지론. 올바른 번역정책 수립을 위해 지난달 학회에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번역정책에 대한 제안'이라는 정책제안문을 대학교육협의회와 교육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번역학회에는 교수와 전문 번역가 등 모두 520명이 회원. 한국 번역학의 체계화와 발전을 창립취지로 앞으로 번역교육 전문화와 번역비평 등 활동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구출신으로 경북대 사범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유교수는 국제번역가연맹(FIT) 한국대표기관인 한국번역가협회 이사직도 맡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에서 출판을 앞두고 있는 유성룡선생의 '징비록' 영어번역에도 깊게 관여하는 등 한국문학과 고문헌 번역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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